서울→광주로 돌아간 AI 스타트업, 왜?..."지역 창업생태계 성장"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3.10.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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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광주편] 종합

<특별 좌담회> 하상용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김선우 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전광명 인트플로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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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 인트플로우 전광명 대표, 하상용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사진=유니콘팩토리TV 캡쳐 (왼쪽부터)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 인트플로우 전광명 대표, 하상용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사진=유니콘팩토리TV 캡쳐


"타 지역서 유입된 기업뿐만 아니라 서울로 떠났다가 복귀하는 유턴기업도 늘었다."

광주AI(인공지능)창업캠프 입주를 희망하거나 신청한 기업들의 이력을 본 관계자의 얘기다. '창업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광주에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



광주는 현재 국내 최대규모의 'AI 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 조성을 목표로 관련 거대 R&D(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1000억원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하는 등 'AI 선도도시'로 탈바꿈을 꿰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분야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들도 하나둘 모여 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광주의 이 같은 변화는 노후화된 지방 도시에 창업 활성화를 일으킬 새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인다.

광주 토박이 스타트업인 인트플로우 전광명 대표, 하상용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이 만나 '광주 창업생태계 발전방안'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하 센터장은 지난 1995년 광주 첫 창고형 대형 할인매장인 '빅마트'를 선보여 연 매출 2000억원대 회사로 키워낸 기업인이다. 2013년부터 센터장 명함 뒤에 '창업 성공률이 높은 광주'라는 글귀를 새겨 넣고 다닌다. 인트플로우는 AI 기반 양돈 재고관리 솔루션 '엣지팜 카운트'와 양돈 자동 성장관리 솔루션 '엣지팜 그로우' 등을 개발, 전남 한돈 농가 20여곳에 제공 중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 창업·벤처생태계 지수를 개발하는 등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를 16년간 연구해온 전문가다.

서울→광주로 돌아간 AI 스타트업, 왜?..."지역 창업생태계 성장"
-광주엔 어떤 스타트업들이 주로 있나.

하상용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하 하 센터장)=요즘엔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쪽이 많다. 광주가 AI에 특화한 도시라는 점과 더불어 전남대 병원이 실증에 적극적이어서다. 그 다음으로 모빌리티 분야가 증가 추세다.


-어떤 지원을 받았나.

▶전광명 인트플로우 대표(이하 전 대표)=광주시가 AI에 집중하면서 관련 지원책이 수도권 보다 많다. 시제품 제작부터 인건비, 사무실 지원 등 크고 작은 프로그램이 있다. 그 덕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 센터장= 보통 지역투자를 받으면 본사나 연구소를 그 지역에 둬야하는 조건 때문에 주소만 옮겨 놓는 경우가 흔한데 최근 수도권에서 이곳으로 이전한 기업들을 보면 가족들까지 모두 데리고 내려온다. 도서관 사서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를 최근 만났는데 광주가 AI 연구개발 관련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어 왔다고 하더라.

▶김선우 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이하 김 센터장)=그 지역만의 독특한 창업 브랜드를 만들고,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면 지역일지라도 승부수를 걸어볼만하고 실제로 관련 대표사례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AI라는 핵심기술 기반으로 지역 뿌리산업과 연계하면 그만큼 축적된 자산과 경험, 노하우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서울, 수도권 창업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이라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을텐데.
▶전 대표=이제 시리즈A 투자를 준비하는 단계인데 시드 보다 규모가 큰 투자를 해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 센터장=지자체마다 5000억원, 1조원 규모의 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펀드는 시리즈B, C 단계에 있는 회사에 투자한다. 다시 말하면 사업성이 보장돼 리스크가 적은 기업에 넣는다는 말이다. 초기 창업자한테 가는 투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방법이 없나.
▶하 센터장=우리 센터가 최근 펀드를 모으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올해 10억원을 더한 약 40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조합이 곧 결성된다. 1~2억원씩 낸 25개~30개 기업·기관부터 500만원, 2000만원씩 낸 80명의 개인투자자들로 이뤄졌다. 제조업체 사장부터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참여자 직업도 다양하다.

이런 분들 한 500명쯤 모으고 1000~2000만원씩 투자를 이끌면 100곳 이상의 창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는 팁스를 1년에 10개씩 배출한다. 그렇게 10년이면 100개의 팁스사가 나온다. 최소한 15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축적의 힘'이 우리 지역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낼거라고 확신한다.

-광주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해 더 필요한 것은.
▶김 센터장=모태펀드 받으면 약 20% 정도를 지역에 투자해야 하는데 다들 하는 얘기가 "투자할 데가 없다"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매달 한 번씩 '광주창업포럼'과 '원팀투자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 창업자 모두 항상 정해진 날 모임이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IR이 됐든, 네트워킹 행사가 됐든 이런 만남의 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하는 게 지역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하 센터장=고급인재 육성·유치도 필요하다. 관련해 광주에 광주AI창업캠프가 3호점까지 있다. 수도권에서 이곳으로 이전해온 기업들도 많다. 숙식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사관학교'도 운영 중이다. 여기 졸업생이 1년에 약 300명 정도 된다. 올해 3년차에 접어들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전 대표=우리는 유럽과 동남아로 진출하기 위해 현지 사정에 밝은 외국인을 고용하기를 원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일인줄 몰랐다. 이번에 터키(튀르키예) 직원을 뽑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한국어도 잘하는 검증된 친구다. 지진 재난으로 잠깐 고향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러 출국했는데 한국에 들어올 때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처음부터 다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해서 들어오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제가 그 친구 뽑는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뜯어 말렸는 데 왜 그랬는지 그때서야 알게 됐다. 해외에서 들어온 외국인 인재를 맘 놓고 쓸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김 센터장=국내법상 스타트업은 몇 명 이상 내국인을 고용해야 외국인을 몇 명 고용할 수 있다는 쿼터제를 적용받는다.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게 국민정서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선 비자를 좀 더 연장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데 이런 인력을 필요로 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비자 제도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 때다.




AI·바이오 등 5대 혁신연구 클러스트 구축...호남권 딥테크 키운다
미래 30년 성장공식 다시 짜는 임기철 GIST 총장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사진=GIST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사진=GIST
"미국 주립대학을 보면 그 지역의 기업들과 매우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도 이제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를 넘어, 지역에 기여하고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임기철 지스트 총장은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지스트는 그동안 교육·연구에만 집중해왔다. 덕분에 3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지스트의 책임과 역할을 대학 밖으로 확장할 시기라는 게 이 총장의 판단이다.

"지스트가 지닌 우수한 연구성과를 활용하면 지역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요. 지역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스트도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임 총장은 먼저 지스트에 AI(인공지능), 모빌리티, 차세대 에너지, 첨단소재, 의료·바이오, 콘텐츠 등 '5대 혁신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사진=GIST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사진=GIST
이미 지스트는 정부의 지역 공약사업인 'AI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사업'과 연계해 AI 반도체 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특히 올해부터는 AI 반도체 생산에 기여할 '차세대 AI 반도체 첨단공정 팹(제조 설비)'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광역시에서 지원받아 수행하는 총사업비 446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클린룸과 강의실을 포함한 3층 건물을 202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임 총장은 취임 후 처음 참석한 행사가 GIST와 광주·전남지역 기업과의 '산학협력협의체' 회의였을 정도로 지역 기업과의 협력, 기술사업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산학협력협의체는 지스트가 보유한 우수한 연구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AI, 소재·부품·장비, 바이오기술(BT) 3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지스트 교수 20여명과 59개 기업 대표가 활동 중이다. 월 1회 분과별 정기회의를 통해 지스트의 유망기술을 소개하고 기업의 기술적 애로사항을 지원하며 경영 컨설팅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과 지역기업 간 논의됐던 수많은 산학협력사업은 허울 좋은 선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학과 기업 간의 현실적인 기술 격차를 인정하고 기업의 눈높이에서 대학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산학협력협의체와 같은 자리가 필요합니다. 교수와 기업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실제로 실현 가능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이 우선 순위입니다."

임 총장은 이와 함께 학생 창업 성과와 기술사업화 실적들도 챙겨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인 '지스트 홀딩스'를 설립해 창업을 유인하고, 발전기금을 임기 내에 200억원 규모로 조성해 광주와 전남지역에 '연구 및 의료장비산업' 기반을 마련,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스트는 이미 호남권에서 기술창업 허브로 평가받는다. 지스트는 매년 4월 유망 창업 아이디어를 선발하는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또 △모의창업프로그램(GSS) △캠퍼스 최고경영자 챌린지(CCC) △기술을 시장으로(T2M·Tech to Market) △이노베이터 참여 프로그램(IPP) 등 아이디어가 창업까지 이어지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3월엔 지스트 교원 창업기업인 '포엘'과 졸업생 창업기업인 '인트플로우'가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 광주'에 선정되기도 했다.

"창업 및 기술 이전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응용연구단(GTI)와 혁신기업가교육센터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창업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연구만이 아니라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침입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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