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최진묵 인천 다르크(마약중독재활센터) 센터장(48)은 "단약은 마약을 찾는 심리적 요인을 없애고 주변 사람과 삶의 환경을 아예 바꿔야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센터장 역시 단약자다.
◇"교도소엔 마약투약 사범 넘치는데 재활시설은 문 닫아"
최진문 인천 다르크 센터장/사진=CBS 유튜브
그가 10대 청소년부터 아이돌 그룹 출신 방송인, 성매매 여성 등 여러 마약중독자를 만나 상담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다. 단약을 위해선 마약을 하는 심리적 이유와 조건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최 센터장은 "심리상담과 병원의 입원·약물치료로는 단약이 불가능하고 최소 1년간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될까 말까"라며 "중독자 주변에는 중독자가 있기 마련이다. 어려움에 공감해주고 주변 인간관계가 다 바뀔 때까지 1~3년은 함께 생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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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태현이를 봐라.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됐고 시설 입소비 50만원이 없는 상태다"며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중독자 중 연예계 복귀한 사람은 없다. 사회적 관계도 다 끊겼다"고 했다.
남태현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된 tvN 예능프로그램 '작업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작업실'은 열 명의 청춘 남녀 뮤지션들이 함께 생활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남태현이 지난 5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재 인천·대구·김해 3곳의 다르크(DARC)에 입소한 인원은 30명 남짓이다. 다르크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기부금과 운영자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경기 다르크는 허가 없이 정신재활시설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경기 남양주시의 개선명령을 받고 운영을 중단했다. 최 센터장은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다르크와 같은 시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제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마약상의 고백 "투약·판매·밀수사범이 한방에…거미줄 인맥 만드는 교도소"
임제훈 작가가 교도소에서 쓴 일기장과 그 내용을 토대로 쓴 소설 '1그램의 무게' 초고. /사진=본인 제공
임 작가가 마약판매상이 된 이유는 돈이었다. 빚이 있었고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 권유에 넘어갔다. 자신이 판 마약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그는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실제로 만난 뒤에야 스스로가 얼마나 끔찍한 죄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임 작가는 "구치소에 머문 1년2개월 동안 수백명의 마약수들이 오갔고 그들은 하나같이 약에 취해 있었다"며 "약이 덜 깨 철창을 붙잡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사람, 밤새도 배의 털을 뽑는 사람,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빻아 코로 흡입하는 '코킹'을 하는 사람을 보며 '내가 진짜 쓰레기 짓을 했구나' 죄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임제훈 작가가 교도소에서 쓴 일기장과 그 내용을 토대로 쓴 소설 '1그램의 무게' 초고. /사진=본인 제공
임 작가는 구치소 내 마약 사범들을 몰아두는 것이 추가적인 마약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이 적절히 분리 수용하고 관리해 재범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약 초범과 누범은 나누지만 투약자, 판매자, 밀수자를 한 곳에 섞어놓다 보니 그 안에서 밀수 방법, 판매 방법 등 '노하우'를 공유한다"며 "투약자는 상선을 만들고 상선을 하선을 만들며 거미줄처럼 뻗어나간다"고 했다.
임 작가는 구치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1그램의 무게'를 썼다. 용서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겪은 일, 그의 죄책감을 반면교사 삼았으면 해서다. 그는 "나는 죽을 때까지 욕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면서도 "마약 중독의 실상을 모르고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약 사범 절반이 '재범'…실형 선고는 절반도 안돼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검거 마약류 사범 재범률 현황'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 재범률은 지난 6월 기준 50.8%에 달한다. 검거된 7701명 중 3913명이 출소 후 다시 마약에 빠졌다. 마약류 사범 가운데 재범은 2021년 50.4%를 기록했다. 재범률은 지난해 49.9% 수준으로 소폭 낮아졌으나 올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한 중독성 탓에 마약은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은 "마약은 중추신경에 작용해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다시 찾게 되기 쉽다"며 "중독성과 의존성이 높다 보니 갈수록 증량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더라도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1심 판결은 5261건이 있었다. 이 중 실형 선고는 2524건으로 절반(47.97%)에도 못 미쳤다. 교정시설의 경우 강제적으로 '단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마약 사범에 대한 '선처'가 재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마약 사범 중 초범이 증가했다"며 "마약은 상습 사범들이 많은 것으로 여겨졌는데 초범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실형 선고보다 집행유예 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마약 공급 사범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초범부터 구속 수사하고 마약 투약범도 상습적으로 투약하고 혐의를 부인하면 초범이라도 구속 수사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4일 오후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최대 마약 치료보호기관 인천 참사랑병원으로 내방객이 들어가고 있다. 참사랑병원은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브리핑에서 해당 병원이 패쇄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2023.09.04.
이어 "마약 재활·치료시설인 경기 다르크에서 나가면 어딘가 숨어 시체처럼 살아갈 것 (같다)"며 "수많은 약물 중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현재 마약 중독자를 위한 치료 시설은 민간에 의존하고 있지만 재정난과 주민 민원으로 운영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마약 문제를 한강의 다리가 무너진 것이라 비유하고 싶다"며 "더 많은 사람이 빠지기 전에 바리게이트가 필요한데 예산 대부분이 처벌과 구속에 사용되고 치료와 재활 예산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마약 해독과 관련한 신체적, 정신적 안정화가 필요하고 그 이후에 마약류를 끊을 수 있는 기다림과 지난한 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많은 중독자 재활 시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