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끝 돌파구 찾았다…해외 건설 수주 '1조달러' 시대 눈앞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이사민 기자 2023.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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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밀려오는 해외 수주 파도 올라탄 K 건설(上)

편집자주 해외 건설 수주는 2010년 716억불을 기록한 후 2016년부터 200~300억불대로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제2의 해외 붐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된다. 각국의 재건사업 등으로 인해 향후 1000조원 이상의 해외 수주사업이 펼쳐질 가운데 건설사 역시 침체한 국내 대신 해외에서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도 정권 초기부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 그 어느 때보다 고무적이다.

"해외 건설 올해 350억달러 돌파"…수조원대 수주 줄줄이 대기
악재 끝 돌파구 찾았다…해외 건설 수주 '1조달러' 시대 눈앞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죠.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건설사 관계자)

전쟁 등으로 인해 해외 건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국내 건설사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는 건설사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 중의 하나다. 특히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어 해외 건설 누적 수주 '1조달러'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해외 건설 누적 실적은 230억달러를 넘어섰다. 8월 말 기준 219억원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1~8월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200억달러를 넘은 것은 2018년(204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에도 큰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어서 연간 300억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을 예상했다. 최종적으로는 연간 350억달러 달성이 목표다. 350억달러를 달성할 경우 2020년(351억원 달러) 이후 최대 실적이 된다. 정부는 해외 건설 수주 연 500억달러를 달성을 통한 '세계 4대 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1966년 1월부터 집계한 기준으로 누적 해외 건설 수주액은 8월 말 기준 9522억달러다. 올해 350억달러를 달성한 후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리면 해외 수주 '1조달러' 시대를 활짝 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을 워낙 자주 만나고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 같다"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직접적인 혜택을 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만 해도 당장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가 건설사를 상대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주요 건설사가 추진 중인 입찰 안건의 규모는 약 30조원이 넘는다. 현대건설 (34,600원 ▼200 -0.57%)은 올 상반기 6조5544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 초대형 수주를 따낸 후 하반기에는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 등 수주를 노린다. 1조4000억원 규모의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3조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업은 입찰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모두 따낼 경우 수주액은 총 4조4000억원이 늘어난다. 4조55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도 입찰을 준비 중에 있다. 현대건설은 이날 기준으로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별도기준)이 6조6850억원으로 올해 목표액(5조7000억원)의 17.2%를 추가 수주했다.


상반기 5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테일러 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한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 건설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열병합발전 프로젝트와 2021년 수주했던 UAE 고압직류 송전공사(HVDC)의 후속 프로젝트 입찰을 준비 중이다. 최근 역량을 집중하는 그린수소,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 건설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스마트시티 사업 규모가 5000억달러, 우크라이나는 주택·지역 인프라 복구 등 건설사업 규모만 2500억달러, 이라크 항만개발·신도시 개발 등 재건산업 규모가 880억달러로, 이것만 합해도 8380억달러에 이른다. 원화로는 1000조원이 넘는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우크라이나 담당 장차관들이 참석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교감을 나눴다. 특히 10월 정부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한다. 정부는 삼성·SK·현대차를 중심으로 10대 그룹 총수단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추진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겨냥해 플랜트를 비롯해 IT(정보기술), ICT(정보통신기술) 등의 강점을 살려 스마트 시티 분야 수주전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이라크 재건사업,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각각 수주를 따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면서 "대형사뿐 아니라 중견사에게도 큰 기회가 되면서 담당자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효자 노릇 '톡톡'…건설株, 해외 수주로 주가 반등?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건설주가 부동산 시장 침체, 철근 누락 사태 등 연달아 발생한 악재에 바닥을 기고 있다. 건설업종이 여전히 활로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해외 수주를 통해 주가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건설업지수, 2년 전보다 -50%…"단기 반등은 어려워"

지난 26일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전일 대비 1.52포인트(-2.14%) 내린 69.4에 마감했다. 건설업지수는 최근 1년 새 약 13.5%, 고점이던 2021년 7월 대비로는 50.4% 급락했다. PBR(주가순자산 비율)은 0.42배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불과하다.

지난 4월 말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국내 건설업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GS건설이 10개월 영업정지 및 검단아파트 전면 재시공 처분을 받으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본격 반등 흐름은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주는 지난달 말 나온 붕괴 사고 점검 결과 발표로 반짝 강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추세 전환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최근 한 달 새 GS건설 (15,150원 ▲230 +1.54%)(-2.27%), 대우건설 (3,675원 0.00%)(-5.14%), HDC현대산업개발 (17,690원 ▼100 -0.56%)(-0.98%), 태영건설 (2,310원 ▲10 +0.43%)(-8.87%), 동부건설 (5,140원 0.00%)(-2.4%) 등은 일제히 하락하며 명확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 건설시장은 회복 모멘텀을 되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판도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정부는 이날 추석 전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 공급 위축 해소 차원에서 내놓은 정책이지만 이것만으로 건설업종이 본격적인 반등을 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이 즉각적으로 주택공급을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건설·건자재 업종 전체의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아직까지도 업종적인 접근보다는 개별 모멘텀이나 투자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종목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 공급 반등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택은 당장 착공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26일 공급 대책도 3기 신도시 공급 일정을 당기거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 연장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기대감 UP…해외 수주, 주가 반등 열쇠 될까

이런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는 해외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국내 건설사의 재건 사업 기회가 한화로 약 70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우크라이나, 이라크, 리비아 등에 대한 재건사업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건사업 수주는 중동 플랜트에 국한됐던 해외 수주 모멘텀을 업종 전반에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외 수주 기대감이 확대될 때 늘 업종 밸류에이션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건설업종 톱픽으로 현대건설 (34,600원 ▼200 -0.57%)과 대우건설을 꼽으며 두 종목은 2024년 이후 실적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재건사업 수혜는 특정 업체에 집중된다기보다는 참여 국내 건설사에 고르게 있을 것"이라며 "개별 프로젝트단의 발주·입찰 참여 방식이 아닌 국가 간 협약 하에서 진행되는 팀코리아 사업이자 자금조달 주체가 한국 정부인 일종의 국내 사업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너무 높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경우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정국이 안정되고, 필요 자금이 확보돼야 비로소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게다가 실제 수익성도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승준 연구원은 "해외도 수주가 떨어지거나, 수주했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하락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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