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장학금 받고 '의대'로 먹튀…반납 않고 '버티기'도 늘어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3.09.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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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이탈해 연구장려금 환수조치 546명, 진로변경한 인원 절반이 의대 선택…"철저히 환수 조치해야"

이공계 이탈 현상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공계 이탈 현상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공계 장학금을 받고 진로를 이탈한 인원이 최근 5년간 546명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이탈 학생 중 의대로 전공을 변경한 인원은 지난해 52.9%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장학금 환수 대상자 중 법적기한인 90일 이내 상환약정을 하지 않은 장기미납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구장려급 환수가 결정된 인원은 546명이다. 연평균 약 110명꼴이다.



연구장려금은 우수한 이공계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국가과학기술 장학사업이다. 하지만 수년간 이공계 이탈 현상이 가속함에 따라 정부는 2011년 '연구장려금 환수조항'을 마련했다. 장학금 혜택만 받고 이공계 외 진로선택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과기정통부의 '최근 5년간 연구장려금 지급과 환수 결정 현황' 자료를 보면, 연간 수혜자는 10만5669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총 5598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약 530만원이 지급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이공계 장학금을 받고 재학 중에 다른 계열로 이탈하는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공계 외 진로 변경으로 연구장려금 환수가 결정된 인원은 546명이다. 546명 중 111명은 이공계 외 분야로 전공을 변경했고, 435명은 이공계열 산학연에 종사하지 않아 환수가 결정됐다.

전공 변경자들 중 의대 진학자 수는 절반에 달했다. 2018년 33.3%에서 2020년 51.5%, 2022년 52.9%로 그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 외에도 전체 환수 대상자 중 90일 이내 상환약정을 하지 않은 장기미납자 수도 늘고 있다. 2019년 10명에서 지난해 25명으로 증가했다. 미납액도 모두 합해 2020년 6300만원에서 지난해 2억4400만원으로 급증했다.


평균 미납기간은 605일에 달했고, 최장기간 미납자는 2020년 3월 환수 결정 후 현재까지 3년 넘게 연구장려금을 반납하지 않고 있다. 해당 미납액은 26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과기정통부는 환수 안내 외 장기미납자를 대상으로 적극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장기미납자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고, 강제환수 방법에 대한 관계부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조치가 쉽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이공계 지원 장학금을 받고도 의대 등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이공계 학생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며 "과기정통부는 이공계 지원 장학금을 '먹튀'한 사람에게 철저히 환수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장려금 받고도 이공계에서 의대로 이탈한 인원. / 사진=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연구장려금 받고도 이공계에서 의대로 이탈한 인원. / 사진=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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