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입법촉구 7차 교사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9.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사들은 질서를 지키며 다른 사회구성원을 배려하고 폭력적이지도 않다는 이미지를 그 집회로 보여줬다. 요구사항을 애써 외칠 필요도 없다. 형식 자체가 내용이었다. 그 집회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교권 회복을 열망하는 교사들을 응원하게 됐을 것임을 짐작해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월요일 출근해 내린 "교권 확립과 교육 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에는 주말 교사들의 집회에서 받은 감동이 보인다.
하지만 이로써 교단이 높아지고 교육 현장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속단하긴 이르다. 지금은 몰상식한 학부모와 영악한 학생으로부터 교사들이 부당하게 수모를 당하는 사례들이 두드러지지만 학교폭력을 겪던 충남의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안에서 학교와 교사의 미온적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던 게 불과 지난 5월이다. 같은 달 전남 순천에서는 교사의 질책을 받은 중학생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며칠 전에는 서울에서 중학생(학교폭력을 당하던 상태였다)을 꾸짖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도덕 교사에게 징역형이 구형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아동을 언어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적 학대한 교사들의 사례도 잊을만하면 등장한다.
'교권'은 '교사의 권리와 권한'을 뜻하기도 하고 '교사의 권위'를 말하기도 한다. 권리나 권한은 법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겠지만 권위까지 법률이 세워주진 못한다. 권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내부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절대 외부에서 얹어줄 성질이 아니다.
교단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교사 집단 내부에서 권익을 지키려 노력함과 동시에 일탈행위를 하는 교사가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좋은 도덕이 유지되려면 좋은 법이 필요한 것처럼, 법이 준수되기 위해서는 좋은 도덕이 필요하다"고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말했듯 교권을 강화하는 법이 개정 의도대로 시행될 수 있게 지탱하는 것도 도덕이다. 여의도 집회를 봐서 우리는 알고 있다. 교사들은 이미 내부에 스스로 교권을 높일 충분한 힘을 가진 존재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