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서 30분 가량 차로 달려 도착한 '부산 위성 워케이션센터'. 이곳 인근엔 크고 작은 어선들과 대형 크레인을 실은 운반선, 소형 크루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근처 오래된 수산물 유통 창고, 선박 관련 부품 제조 공장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부두 동네지만 이곳은 최근 부산의 '워케이션 메카'로 떠오르는 영도구다.
최근엔 한국관광공사, 부산시와 함께 일본인 워케이션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일본 기업 관계자들을 부산으로 초청, 워케이션 모니터 투어를 실시하기로 했다. 센터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과의 만남 자리도 주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더휴일x데스커 워케이션센터' 내부/사진=류준영 기자
엔팩에스앤지는 이곳에 있는 동안 △해양벤처진흥센터 입주기업 지원 프로그램 △지역혁신기업 성장지원 사업 △해양수산 사업화 컨설팅 지원사업 △조선·해양 스타트업 상생 플랫폼 지원사업 등의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회사 매출은 2018년 5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6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김선우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부산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산 자체 펀드나 보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공적인 창업이 가능한 '지역 내 완결형 창업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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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 BNK벤처투자, KDB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 등 금융기관 중심의 투자환경이 잘 갖춰진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으로 부산 소재 액셀러레이터(AC) 24곳, 부산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VC) 11곳, 지사를 둔 VC 14곳이 활동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립대가 분포한 지역이란 특성에 맞게 '대학 실험실 IP(지식재산권) 창업'도 많은 편이다. 부산대학교 기술지주의 경우 자회사가 36개사에 달한다. 올해 엑시트(투자회수)를 통한 수익금은 누적 기준 80억원을 넘어섰다. 또 2019년 12월 준공한 창업자 지원 전용공간인 PNU AVEC(피앤유에이벡)은 부산대가 보유한 IP를 이전·사업화해 거둔 수익금 약 35억원을 재투자해 세웠다.
부산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타우피엔유메디칼(10호, 삼첨판막 역류증 치료기기) △에스엔비아(17호, 마이크로니들, 의료용 접착제) △피알지에스앤텍(21호,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조만간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더휴일x데스커 워케이션센터' 내부에서 밖을 바라본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부산대 기술지주 김성근 실장은 "우리 자회사들은 의료기기, 신약, 화장품, 드론(무인기), 콘텐츠 등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됐다"며 "선박이나 신발을 만드는 3D 작업보단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기대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도 '지역 정착형' 창업 인프라·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테면 북항에 '그린스타트업타운'을 조성하고, 부산 서비스융복합연구센터, 글로벌창업이민센터 등을 새롭게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말까지 1400억원 규모의 '부산 지역뉴딜 벤처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기술창업 정책을 이끌 '부산창업청' 설립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산창업청 설립을 위해 시 내부와 부산 창업 관련 기관에서 인원을 차출해 만든 '부산창업청 설립 추진단'이 지난달 31일 파견 기간 종료로 해체됐다. 이들은 애초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에 해당 기능을 통합하려 했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부산창업청 신설로 가닥을 잡았다. 이 경우 부산창업청 설립 계획 수립, 타당성 검토까지 2년 가까이 걸릴 전망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기반 AC인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는 "다양한 창업 지원기관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산창업청 설립 연기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 각 기관에 흩어진 기능을 한데 모아 창업기업 단계별 육성, 투자 연계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 빠른 시일내에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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