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공포 떠는 中, 부가세 감면 카드 다시 빼들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09.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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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양·수출지원 효과 기대..수출시장 경쟁하는 철강 등 韓 기업엔 악재 될수도

[베이징=AP/뉴시스]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소매 판매 지수와 기타 활동이 예상보다 저조해 소비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2023.05.16.[베이징=AP/뉴시스]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소매 판매 지수와 기타 활동이 예상보다 저조해 소비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2023.05.16.


내수부진과 경기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물가 장기하락에 따른 침체) 우려에 노출된 중국이 핵심 간접세인 증치세(부가가치세, VAT)를 손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실화한다면 중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 재정상황이 개선되는 한편 수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철강재 등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품목들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져 국내 기업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2일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언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NPC) 상무위원회는 중국 세법개정안에 대한 2차 독해를 지난주인 이달 1일까지 진행했다. 상무위에서는 증치세를 포함한 세목에 대해 납세자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치세는 중국 간접세목의 핵심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증치세 수입은 약 4조8700억위안(약 885조원)이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 전체 증치세수를 뛰어넘을 분위기다. 1~7월동안만 4조3600억위안(약 79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5% 가까이 세수가 늘었다.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COVID-19) 봉쇄 여파 속에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증치세 이월공제 및 세금환급 등 대책을 시행했었기 때문이다.

증치세 수입에 힘입어 올 1~7월 전체 중국 재정수입은 13조9000억위안(약 252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다. 바꿔 말하면 증치세를 감면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단행할 여력은 확보가 된 상태라는 거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다. 증치세를 빼면 중국의 세수는 악화 일로다. 소비세와 기업소득세, 화물증치세와 관세 등은 1~7월 일괄 세수가 줄었다. 주식거래 인지세 수입도 30% 이상 말 그대로 급감했다. 그런데 이 기간 재정지출은 전년 대비 3.3% 늘어났다.

전인대 상무위의 세법개정안 검토는 그래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상무위는 지난해 12월 세법개정안 초안이 발표된 이후 소규모 납세자 지원방안을 추가하고 외국 기업들 관련해 국외거주자 세금감면 연장안도 포함시켰다"며 "외국 기업들이 '진정한 승리'라고 평가한 대목"이라고 전했다.

추가로 어떤 증치세 감면안이 포함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인센티브 요건을 공식화하는 권한을 국무원에 위임하고, 세금계산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적으로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한·중 FTA 유망품목 바이어초청 상담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중국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한·중 FTA 유망품목 바이어초청 상담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중국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전인대 상임위 입법부 양허칭 대변인은 SCMP에 "증치세 감면은 (내수소비를 늘려) 기업 세금 부담까지 효과적으로 줄여준다"며 "법안 초안엔 최근 몇 년간 증치세 환급 성과에 대한 내용도 모두 담겨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당폭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치세 재편은 중국 정부로서는 나름 회심의 카드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지방정부 사업세를 흡수해 중앙정부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증치세제를 개편했었다. 2019년 베이징 지방정부가 기업부담을 완화하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증치세 환급정책을 도입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의 증치세 손보기는 인근 국가들에서도 큰 관심사다. 중국 투자를 검토 중인 국가나 기업이라면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중국 방중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중국은 불확실하고 위험한 투자처"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직후 중국 정부가 증치세 감면을 검토하는 것은 공교롭다. 반면 철강재와 화학제품 시장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등 기업들엔 악재다. 중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서다.

문제는 중국의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지난해 세금감면액은 증치세 환급액 1조5000억위안(약 273조원)을 포함해 총 2조5000억위이안(약 454조원)에 달했다. 한 푼이 아쉬운 중국 정부로서는 대규모 세 감면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특히 재정상황이 나쁜 지방정부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런민대 자오시쥔 교수(재정학)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약화, 세금환급 과정에서 발생한 재원부족 등이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다"며 "세금 환급 정책은 지방정부에 더 많은 재정압박을 가할 것이며, 정책 개선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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