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일종의 나비효과였다. 이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사의 전면 조사에서 부실한 공사 실태가 확인됐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잇따른 보도를 통해 이들 공사에 LH 출신 직원들이 포함된 업체가 참여했고, 전관 회사의 설계·감리의 불량한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철근 누락 사태'는 'LH 전관 사태'로 비화했다.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부실 공사 정황뿐만 아니라 실태 조사·발표 대상에서 일부 단지를 빠트린 정황, 문제가 된 설계업체의 의문스러운 수상·수주 실적까지 보도가 이어졌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사태에 존재의의마저 잃고 있다는데,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LH 전관 사태'를 정리했다.
철근 누락을 비롯한 부실 공사 실태는 한두 곳의 아파트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었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일명 '카르텔'이라고 불릴 수준의 각종 이권이 복잡하게 얽힌 것까지 확인됐습니다.
붕괴사고 위험...검단만이 아니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국토교통부에서는 해당 사고 후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전수 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난 7월 30일 국토부는 LH 발주 아파트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빠졌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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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준공된 단지를 포함한 91개 중. 15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검단에도 적용된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보강근으로 감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필요한 만큼의 철근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죠.
공사뿐만 아니라 조사 자체도 부실했죠. 원 장관은 "LH의 존립 근거가 있느냐"며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저희 머니투데이의 단독 보도를 통해 철근이 빠져 기둥에 보강 조치가 이뤄진 아파트가 있었음에도 최초 발표한 15개 단지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죠. 아파트 5곳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진짜 문제는 '카르텔'?
이에 LH는 "퇴직자 유관기업 수의계약 금지, 임직원의 퇴직자 접촉 금지, 퇴직자 취업제한 확대 등도 시행하고 있다"며 반박했습니다.그러면서 "입찰이나 심사, 계약 전 과정에 다른 공공기관 대비 더욱 엄격하고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전관 등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며 "경실련의 공익감사 청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후 진행될 감사원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죠.
반박이 무색하게 전관의 실체가 점차 드러납니다. 문제가 된 15개 단지 중 13곳의 설계사무소가 LH 퇴직자들이 일하고 있거나 오랫동안 대표이사 등 고위급 임원으로 지낸 전관 업체임이 밝혀졌습니다.
LH는 전관 업체와 설계·감리 용역계약 체결 절차를 중단했죠. 이미 체결된 계약도 전면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총 648억원에 달합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으로 설립됐습니다. 통합된 지는 14년이 지났지만, '무늬만 통합'에 그쳤다는 지적입니다.
이한준 사장은 지난 11일 "두 공사가 통합됐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존재가 그대로 살아있다. 조직이 비대해졌고 자리 나눠 먹기가 이어지다 보니 조직 간 소통이 부재해 정상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이 대표임에도 내부 조직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것이죠.
몸집을 줄이기 위한 통합이었지만, 하나의 회사가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3기 신도시 조성 등 중요한 토지주택 정책 사업을 도맡게 됐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전세 사기 대응의 중책마저 LH가 맡은 상황에서 2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한 재탕 혁신안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