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3.7.27/사진=뉴스1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세법개정안 중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방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인구절벽에 직면한 가운데 저출산 해결을 위해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감세안의 진짜 의미는 결혼을 통한 출산 장려가 아닌 음성적 증여를 양지로 끌어내는 세제 합리화, 즉 공제한도 현실화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혼 증여세 감면 효과? 정부 "추정 곤란"
지난 25일 국회 기재위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세제개편 토론회에서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재부가 결혼자금 증여공제 효과를 '추정 곤란' 처리했다고 밝혔다. 세수추계가 불가하단 입장을 냈단 것이다. 그는 "자료 부족과 부실한 추계에 대한 비판을 사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부모로부터 1억원 이상을 증여받은 30대는 14%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국세청의 증여세 납부 자료를 근거로 했단 점에서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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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증가 기대 어려워…부의 대물림 촉진 측면도"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통계청은 30일 '2022년 출생통계' 확정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1000명(4.4%) 감소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사진=뉴스1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증여세 부담이 과중해서 부모님이 지원해주지 않아 결혼을 미뤄온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나"라며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 증여세를 회피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증여세 부담이 혼인에 장애가 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제도로 혼인 증가의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혼이 인륜지대사인데 1억원 공제로 결혼 안 할 사람이 하겠나"라며 "결혼하기로 한 사람들 세금 깎아준다, 결혼 축하금 준다는 의미"라고 했다.
재정적 문제로 혼인의 어려움을 겪는 건 저소득층·서민인데, 중산층·고소득층에 혜택이 쏠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 결혼 못 하고 아이 못 낳는 사람들은 대개 저소득층"이라며 "공제한도가 5000만원인 현재도 고소득층은 자녀들에게 암암리에 해주는 게 많다. 자녀가 서른이 넘은 경우 2억원까진 자녀의 재산일 수 있다고 보고 조사하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제를 더 해주잔 것인데 중산층, 고자산 계층에게 좋을 뿐 서민들에겐 씁쓸한 일"이라며 "양극화된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을 촉진할 수 있다. 저소득 신혼부부에게 월세를 보조해주는 게 혼인율을 높이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혼인율 제고가 목적이라면 출산 지원, 아동 수당처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 맞다"고 밝혔다.
"저출산 해결보단 세제 합리화 효과"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정책네트워크 결혼 페널티 정상화 정책 발표'에서 예비 신혼부부 등 참석자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08.11. /사진=뉴시스
정 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증여세를 제대로 파악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세금은 공정성 실현과 소득재분배 의미가 있는데,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소득층 감세 정책을 펴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했다.
최인혁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8월호에서 "주택취득가액이나 채무상환금액 등이 일정금액에 미달할 경우 증여추정이 배제되는 등의 이유로 실제 증여가 발생했으나 신고가 누락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또 애초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수 있는 재산이 적은 경우 혼인공제 도입에 따른 결혼비용 부담 완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혼인공제 도입의 의의는 기존의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실화했다는 측면에 두는 편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혼인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혼인 시 세제, 청약, 대출 등에서 불리해지는 '결혼 페널티'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