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가 잠시 쉬는 뚜뚜. 보호자인 은희씨를 바라보는, 뚜뚜의 믿음 가득한 눈빛./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그러고 보면, 뚜뚜는 젊은 남자만 지나가면 물끄러미 바라봤었다. 좋아하던 산책도 잠시 잊고서.
뚜뚜는 전자레인지 소리도 무척 좋아했는데, 다 돌렸단 '띵' 소리만 나면 은희씨 다릴 긁고 콩콩 뛰었다. 그 안의 음식을 달라는 거였다.
"뚜뚜의 과거를 유추할 수 있겠더라고요. 젊은 남자가 보호자였나봐요. 휴지심을 장난감처럼 던진 것 같고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음식들을 뚜뚜에게 준 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니까, 뚜뚜도 처음부터 유기견이었던 건 아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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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번호 : 전남 - 광양 - 2018 - 00117
2018년 포인핸드에 올라왔을 당시 뚜뚜 모습. 뒷다릴 못 쓴다고 버려진 걸로 추정이 됐다. 살 수 있는 기한은 고작 2주 뿐이었다./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다시 발견된 건 2018년, 전남 광양에서였다. 길에서 얼마나 헤맸을지 몰랐다. 그리고 뚜뚜는 뒷다릴 끌며 걷고 있었다.
아마도 다리가 불편하단 이유로 길바닥에 버려진 모양이었다. 두 앞다리에 의지해, 겨우 살아남은 작은 생명.
뚜뚜는 구조돼 전남 광양 유기견보호소로 갔다. 공고번호가 생겼다. 전남-광양-2018-00117. 2살이었고, 몸무게는 1.6㎏밖에 안 됐다.
'쭈쭈'를 잃고 울다가, '뚜뚜'를 만났다
입양이 완료됐단 표시로 바뀐 뚜뚜. 여전히 공고 중인 개들이 너무나 많다./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쭈쭈를 화장한 강아지 장례식장. 거기엔 커뮤니티가 있었다. 비슷한 상실을 겪은 이들의 위로로 마음을 달랬다.
그 커뮤니티에 다급한 글이 하나 올라왔다.
"광양 가야로 근처서 발견된 1.6킬로 요크셔테리어를 구해주세요. 안락사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임시보호처를 구해요."
그게 '뚜뚜'였다. 공고 마지막 날인 2018년 5월 14일이 다 되도록 입양이 안 된 거였다. 귀엽다며 문의는 많았으나, 뒷다리를 수술해야 한단 말에 다들 거절했단다.
무지개다릴 건넌 쭈쭈와 꼭 닮았던 뚜뚜. 은희씨 어머니는 뭔가에 홀린듯 보호소에 전화를 걸었다.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앞다리로만 걷던 뚜뚜가, 산책할 때 뛰게 됐다
힘든 수술을 잘 견뎌준 뚜뚜./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뚜뚜는 뒷다릴 전혀 쓰지 못했다. 슬개골 탈구와 허혈성 대퇴골 괴사. 뒷다리 수술이 불가피했다. 중성화 수술도 함께 진행이 됐다.
수술 직후 뚜뚜 모습. 아직은 재활이 필요한 시기였다./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그런 뚜뚜를 더 사랑했다. 은희씨 가족은 정성으로 작은 존재를 돌봤다. 잦은 병치레를 하는 뚜뚜를 위해, 은희씨 어머니는 강아지 간식 만드는 법도 배웠다. 그 마음을 알아서인지, 뚜뚜는 은희씨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강아지 껌을 제일 좋아한다고.
뒷다리를 끌며 앞다리로만 걷던 뚜뚜가, 이렇게 잘 뛸 수 있게 됐다. 기꺼이 가족으로 함께해준 이들 덕분에./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위에 있는 영상보다 더 빨리 걷는 '산책 천재' 뚜뚜./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맛있는 간식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입맛 다시는 뚜뚜./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친구에게 선물 받은, 가방 달린 하네스를 입은 뚜뚜. "누나, 빨리와"라고 말하는듯 하다./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추운 겨울, 편안한 잠자리에서 이불을 덮고 곤히 잠든 뚜뚜. 예전엔 길에서 생활하며 얼마나 고단했을지./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간식 시간은 언제나 즐거워. 맛있게 먹는 뚜뚜. 그래, 흘리면서 먹어야 제맛이다./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처음부터 유기된 강아지는 없습니다. 그냥 강아지였는데 누군가 유기한 거지요. 유기견이라고 적응하지 못한단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처음부터 잘 적응할 거란 기대도 사람 욕심이고요. 살다보니, 그 아이도 우리에게 적응하고 저희도 뚜뚜에게 물들게 됐어요."
산책하다가 잠시 쉬는 뚜뚜./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뚜뚜야, 네 아픈 기억이 아직 잊혀지지 않았을지도 몰라. 다만 그 기억이 더는 아프지 않게 매일 남겨줄게. 아마 그걸로 괜찮을 거야."
겨울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포즈를 취한 뚜뚜./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뚜뚜는 잘 때 혓바닥이 나오고 배도 잘 뒤집어 보여주는 귀염둥이다./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
겨울날 야무지게 따뜻한 옷을 입은 뚜뚜와 보호자 은희씨. 영원히 남기에 뚜뚜와의 사진도 남기고 싶었다고. 평범하고 안녕한 행복이 뚜뚜 가족들에게 평온히 이어지기를./사진=뚜뚜 보호자 고은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