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간다며 1살 강아지 '파양'…더 행복해졌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3.08.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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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 열세 번째, 꾸꾸] 파양으로 갈 곳 잃은 1살 강아지, 가족으로 맞아 애정으로 함께한 9년…종양 앓아 두 달간 울기도, "할머니가 나쁜 치매로 힘들 때도 곁을 지켜준, 고마운 제 동생입니다"

편집자주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유기동물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드립니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좋아지고, 그리 버려진 녀석들에게 좋은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

꾸꾸가 웃는다. 입꼬리가 올라갔고 귀는 쫑긋하고 눈엔 신뢰가 가득하다. 강아지들 표정엔 거짓이 없다. 사랑 받고 있다는 뜻이다. 버려질 뻔했던 강아지가 웃는다. 좋은 가족이 있어서다. 다행이다. 또 기쁜 마음이 들었다./사진=꾸꾸 보호자님꾸꾸가 웃는다. 입꼬리가 올라갔고 귀는 쫑긋하고 눈엔 신뢰가 가득하다. 강아지들 표정엔 거짓이 없다. 사랑 받고 있다는 뜻이다. 버려질 뻔했던 강아지가 웃는다. 좋은 가족이 있어서다. 다행이다. 또 기쁜 마음이 들었다./사진=꾸꾸 보호자님


9년 전이었던 2014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은진씨 동생이 그에게 말을 꺼냈다.

"언니, 우리 강아지 키울까?"

은진씨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가 강아지 털 알레르기 있잖아. 안 돼!"

그리고 며칠이 더 흘렀다. 동생이 은진씨에게 이야기를 또 건넸다.



"언니, 근데…강아지가 갈 곳이 없대. 그 가족들이 해외로 떠난다나 봐. 강아지는 안 데리고 간대."

자초지종을 들었다. 1살도 안 된 어린 스피츠 강아지였다. 둘다 직장에 다니는 젊은 부부가 키웠었단다.

텅 빈 집에서 자주 홀로 지냈을 하얀 강아지. 아직 어려 놀고픈 것도 가고픈 곳도 많았을 작은 강아지. 잘 참았건만 이젠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아예 가족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었다.


꾸꾸에게만 괜찮았던 '알레르기'…가족될 인연이었다
처음 집에 왔을 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고. 여긴 어딜까, 앞으로 난 괜찮을까, 보호자가 달라질 때의 두려움, 충격 같은 게 아무래도 있을터였다. 가족이 되려면 평생을 생각해야 한다. 함부로 데려와 막 버리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강아지들은 바라본다. 보호자만을. 제발, 신중하게 가족으로 맞기를./사진=꾸꾸 보호자님처음 집에 왔을 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고. 여긴 어딜까, 앞으로 난 괜찮을까, 보호자가 달라질 때의 두려움, 충격 같은 게 아무래도 있을터였다. 가족이 되려면 평생을 생각해야 한다. 함부로 데려와 막 버리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강아지들은 바라본다. 보호자만을. 제발, 신중하게 가족으로 맞기를./사진=꾸꾸 보호자님
은진씨는 강아지가 맘에 걸렸다. 자꾸 신경 쓰였다. 사랑만 받아도 부족한데 파양이라니, 너무 안 됐단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나 은진씨 부모님은 반대했다. 은진씨 아버지도 "네 엄마 알레르기 때문에 강아지 데려오면 안 된다"고 했다.

꾸꾸를 누구보다 예뻐하게 된, 은진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댕댕런에 함께 참여한 모습.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아 다행이다. 그게 아마 인연일 거다./사진=꾸꾸 보호자님꾸꾸를 누구보다 예뻐하게 된, 은진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댕댕런에 함께 참여한 모습.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아 다행이다. 그게 아마 인연일 거다./사진=꾸꾸 보호자님
하지만 결국 모른척하지 못했다. '임시 보호'로 우선 데려와보기로 했다. 부모님께도 그리 말씀드렸다. 실은 '일단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컸단다.

쫑긋한 두 귀, 하얗고 복실복실 보드라운 털, 까만 두 눈과 코. 깔끔하게 털을 깎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그리 은진씨 집으로 왔다.

벚꽃길을 나란히 걷는, 은진씨 아버지와 꾸꾸.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아름다운 산책. 화양연화./사진=꾸꾸 보호자님벚꽃길을 나란히 걷는, 은진씨 아버지와 꾸꾸.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아름다운 산책. 화양연화./사진=꾸꾸 보호자님
녀석은 처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의외로 잘 먹고 잘 자고 적응하기 시작했다. 다만 산책 교육이 잘 안 돼 있어 쉽잖았단다. 매일 같이 뛰고, 공원에 앉아서 쉬고, 동네를 구경하며 친해졌다. 괜찮아졌다. 그럼 되는 거였다.

제일 걱정됐던 건 어머니의 '강아지 알레르기'. 은진씨는 긴장했다. 혹여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올까봐서였다. 그의 어머니는 알레르기 증상이 있을 때면 "에이취, 에취"하면서 재채기를 했었다.

마음을 열고 기대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인가부터 웃기 시작한 꾸꾸. 안심해도 좋은가봐, 작은 마음에 그리 생각했단 것에 가슴이 저리다./사진=꾸꾸 보호자님마음을 열고 기대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인가부터 웃기 시작한 꾸꾸. 안심해도 좋은가봐, 작은 마음에 그리 생각했단 것에 가슴이 저리다./사진=꾸꾸 보호자님
그런데 은진씨 어머니가, 강아지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전혀 없었다. 가족들 모두 신기해했다. 천상 가족이 될 인연(因緣)인 거였다.

이름 짓던 날, 밥솥에서 나던 소리에…'꾸꾸'라 지었다
보랏빛 수국과 꾸꾸. 누가 꽃이니, 귀여운 녀석./사진=꾸꾸 보호자님보랏빛 수국과 꾸꾸. 누가 꽃이니, 귀여운 녀석./사진=꾸꾸 보호자님
강아지는 자연스레 은진씨 가족이 됐다. 가족들 모두 강아지를 무척 예뻐했다.

한 달쯤 지나니 강아지 표정이 달라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웃기 시작했단다. 그 무렵 강아지의 예전 가족들에게 연락도 왔었다. 강아지가 잘 있느냐고. 은진씨가 말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자는 중이라고 합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자는 중이라고 합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
"(전 주인이) 울먹이며 물어보시는데…강아지가 너무 잘 있어서 미안할 정도였어요(웃음)."

강아지 이름도 지어주었다. 뭘로 지을지 다들 머릴 맞대고 고민할 때였다. 부엌에서 갑자기 "쿠쿠하세요, 쿠쿠"하며 밥을 다 지었단 기계음이 들렸다. 그 소리에 은진씨가 말했다.

간식 앞에선 꾸꾸도 이리 환히 웃고요. 빨리 까주시지요, 보호자님./사진=꾸꾸 보호자님간식 앞에선 꾸꾸도 이리 환히 웃고요. 빨리 까주시지요, 보호자님./사진=꾸꾸 보호자님
"쿠쿠 어때?"

쿠쿠로 시작한 이름 짓기는, 여러 가족들의 마음을 통과해 '꾸꾸'가 됐다. "꾸꾸, 꾸꾸야" 할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부르는 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 평생 다정하게 부르고 또 불러줄 이름이었다.

모든 이가 외면하고 바닥에서 부유하는 먼지처럼 느껴지는 하루일지라도, 절대적으로 애정하는 이런 눈빛 하나면 또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사진=꾸꾸 보호자님모든 이가 외면하고 바닥에서 부유하는 먼지처럼 느껴지는 하루일지라도, 절대적으로 애정하는 이런 눈빛 하나면 또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사진=꾸꾸 보호자님
옆에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나날들. 멋내는 걸 좋아하던 꾸꾸. 목걸이하고 모자 쓰고 몸에 하는 건 다 좋아하고, 그럴 때면 예쁘게 웃던 작은 존재. 간식은 정말 다 먹지만, 맛 없으면 뱉는 취향이 확실한 강아지. 장난감 던져주면 가지고 가서 물어오는 걸 헥헥대며 좋아하는, 너무너무 예쁜 가족.

잇몸 종양으로 큰 수술, 두 달씩 울었지만…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라지요./사진=꾸꾸 보호자님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라지요./사진=꾸꾸 보호자님
그러나 어느 생(生)이나 부침이 있듯, 꾸꾸와의 행복한 시간에도 힘듦이 섞였다.

겨울, 눈길을 밟으며 산책하는 꾸꾸. 죄송해요. 너무 귀여워서 사진이 좀 많습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겨울, 눈길을 밟으며 산책하는 꾸꾸. 죄송해요. 너무 귀여워서 사진이 좀 많습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
꾸꾸가 태어날 때부터 잇몸이 좋지 않았는데, 종양이 생겼다. 지난해 11월엔 아래턱을 자르는 수술까지 했다. 항암 치료도 4차까지 했다.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씩 전이 여부를 검사하고 있단다.

인형 물고 오는 걸 좋아하던 아이가, 처음엔 턱이 안 다물어지니 당황해하며 은진씨를 바라봤단다. 3개월 후부터는 다행히 작은 건 물 수 있게 됐지만.

두툼한 겨울옷을 입은 꾸꾸. 겨울 꾸꾸도 귀엽습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두툼한 겨울옷을 입은 꾸꾸. 겨울 꾸꾸도 귀엽습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
은진씨는 맘 아파 꾸꾸를 꼭 안고 두 달간 매일 울었다. '우리 집에 괜히 데리고 온 걸까, 더 좋은 가족을 만났음 괜찮았을까' 생각도 했단다. 그런데 꾸꾸가 우는 은진씨를 신경쓰는 걸 보고 정신을 차렸다. 맘을 굳게 먹었다. 건강했던 때처럼 아무렇잖게 대했다.

"그러니 수술하고 한동안 웃지 않던 꾸꾸도, 다시 웃더라고요. 컨디션도 좋아지는 것 같고요."

가을 낙엽에 서걱이며 산책하는 꾸꾸. 이파리가 다 떨어지는 계절에도 따뜻했을테고, 이리 웃었다./사진=꾸꾸 보호자님가을 낙엽에 서걱이며 산책하는 꾸꾸. 이파리가 다 떨어지는 계절에도 따뜻했을테고, 이리 웃었다./사진=꾸꾸 보호자님
지금도 전이 여부 검사하러 가기 전날이면 잠도 설친다. 그래도 은진씨는 이리 다짐한다. 꾸꾸야, 누나랑 여행도, 좋은 곳도 많이 가자고. 종양 따위 이겨내버리자고. 우린 할 수 있다고. 함께니까.

'노견일기' 정우열 작가님에게 받은 사인. 꾸꾸를 향한 안온한 응원./사진=꾸꾸 보호자님'노견일기' 정우열 작가님에게 받은 사인. 꾸꾸를 향한 안온한 응원./사진=꾸꾸 보호자님
언제나 날 지켜주고, 옆에 있어준 고마운 동생
벚꽃나무 아래에서 방긋./사진=꾸꾸 보호자님벚꽃나무 아래에서 방긋./사진=꾸꾸 보호자님
힘들었던 날들도 함께였다. 은진씨 외할머니가 치매가 심하게 왔다. 함께 있을 때면 화내고 욕을 했다. 유독 은진씨와 있을 때만 그랬다.
은진씨 동생과 코스모스 앞에서 환히 웃는 꾸꾸. 행복한 두 사람./사진=꾸꾸 보호자님은진씨 동생과 코스모스 앞에서 환히 웃는 꾸꾸. 행복한 두 사람./사진=꾸꾸 보호자님
그걸 다 보고 있던 꾸꾸. 할머니가 방에서 나오면 멍멍 짖었다. 우리 누나에게 그러지 말라는 듯이. 할머니는 그런 꾸꾸에게까지 화를 내고 문을 쾅 닫았다. 은진씨는 심장이 벌렁거리고 몸이 떨렸다. 꾸꾸를 안고 방에 들어가 있었다. 당시를 이리 회상했다.
간식 달라고 종치는 똑똑한 녀석. 마음이 급한게 느껴진다../사진=꾸꾸 보호자님간식 달라고 종치는 똑똑한 녀석. 마음이 급한게 느껴진다../사진=꾸꾸 보호자님
"곁에 있는 꾸꾸를 보면 안정이 됐어요. 그 덕분에 견딜 수 있었지요. 언제나 저를 지켜주고 옆에 있어준 고마운 동생, 비타민 같은 존재에요. 힘들 때 같이만 있어도 힘이 돼요. 기분이 좋아지고, 안고 있으면 편해져요. 저도 힘이 되고 지켜줘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아름다운 은진씨와 꾸꾸, 두 존재./사진=꾸꾸 보호자님아름다운 은진씨와 꾸꾸, 두 존재./사진=꾸꾸 보호자님
끝으로 꾸꾸에게 하고픈 말을 들려달라고 했다.

"내꾸! 내 절친 꾸꾸야. 매일매일 틈만 나면 네게 자고 있을 때도 하는 말이지만, 또 하고 싶어. 사랑해."
은진씨가 가장 좋아하는 꾸꾸 사진. 그래서 이리 마지막에 넣었습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은진씨가 가장 좋아하는 꾸꾸 사진. 그래서 이리 마지막에 넣었습니다./사진=꾸꾸 보호자님
주황빛으로 찬란하게 물든 해질녘, 가만히 바깥을 바라보며 드라이브하는 꾸꾸. 어느 날 문득, 네가 우리에게 왔고 그로 인해 모든 게 바뀌었다고. 앞으론 매일 더 좋을 거라고. 곁에 너의 우주가, 나의 우주가 오롯이 있으므로./사진=꾸꾸 보호자님주황빛으로 찬란하게 물든 해질녘, 가만히 바깥을 바라보며 드라이브하는 꾸꾸. 어느 날 문득, 네가 우리에게 왔고 그로 인해 모든 게 바뀌었다고. 앞으론 매일 더 좋을 거라고. 곁에 너의 우주가, 나의 우주가 오롯이 있으므로./사진=꾸꾸 보호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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