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종이상자에 강아지 넷을 넣어 버리고 간 노인. 해가 쨍쨍한 땡볕에, 한껏 달구어진 트럭 위. 강아지들은 있는 힘껏 울고 있었고, 몹시 굶주려 있었다. 누군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강아지별이 됐을 생명들. 그러나 세상엔 버리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라, 구하는 분도 있었다./사진=김재이씨 제공
"끼이잉, 끼잉. 낑낑."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재이씨는 바깥으로 나가 귀를 기울였다. 낑낑낑,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더워서 많이 헥헥거리는 강아지들의 모습. 겁을 먹은듯 구석에 움츠리고 있다./사진=김재이씨 제공
"혹시 트럭에 있는 강아지들 주인이신가요?"
"네? 무슨 강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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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주인은 금시초문이라 했다. 그와 무관한 일인 듯했다. 누군가 트럭 짐칸에 버리고 간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밥 먹던 강아지들…유기한 범인은 '할아버지'였다
허겁지겁 물을 먹는 모습.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사진=김재이씨 제공
굶주렸을 강아지들을 품고 안에 들어갔다. 부리나케 밥과 물부터 주었다. 녀석들은 정신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역시나 배고팠구나 싶었다. 재이씨는 마음이 무너졌다.
고개를 맞대고 사이좋게 밥도 먹고. 이중 수컷 한 마리는 다른 가족을 만나 입양됐다./사진=김재이씨 제공
'이 아이들을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 들었다. 유기견을 봤다고 신고하면 보호소로 갈 거고, 얼마 안 돼 '안락사' 당할 게 뻔했다. 재이씨는 강아지들을 보호하며 좋은 입양처를 찾아주기로 맘먹었다.
"오구야, 까망아, 차차야", 그리 이름 부르는 사이가 됐다
정 많고 귀여운 강아지 오구. 이리 늠름하게 크다니./사진=김재이씨 제공
멋지게 잘 커준 까망이./사진=김재이씨 제공
한때 했던 생각이긴 하지만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고구마를 냠냠하는 차차. 나도 한 입만./사진=김재이씨 제공
매 순간 함께하는 날들이 불필요한 염려를 이겼다. 고스란히 차곡차곡 정으로 쌓였다. 작았던 꼬물이들은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오구야, 까망아, 차차야." 그리 이름이 생겼다. 질리도록 불러주며 자연스레 가족이 됐다.
체해서 아팠던 날…온기로 곁을 지켜주던 작은 존재들
착한 땅콩이는 집에 새로 온 꼬물이들에게 곁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땅콩이 언니가 마냥 좋은 오구. 몸에 고개를 포개었다. 귀엽다./사진=김재이씨 제공
개껌을 물고 있는 까망이. 너무 큰 거 아니니. 귀여워서 한 문단마다 사진을 넣고 있어요. 이해해주세요./사진=김재이씨 제공
실컷 놀고 졸린 오구./사진=김재이씨 제공
"이리 작은 아이들도, 어쩜 그리 감정을 잘 느끼고 위로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걸까 싶었지요."
교통사고 당한 유기견, '노을이'도 가족이 됐다
교통사고가 났을 당시 노을이의 모습. 하마터면 죽을뻔했다./사진=김재이씨 제공
노을이는 재이씨 식당 앞 도로를 건너다가 차에 치였다. 순간 기절했다. 이어 두 대의 차가 더 지나갔으나,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갔다. 이후 정신이 든 노을이는 다친 몸을 도로 갓길까지 이끌고 왔다.
다행히 타박상만 입고 회복한 노을이. 노을이 질 무렵 발견해서 노을이다./사진=김재이씨 제공
트럭에 버려진 뒤 발견돼 이리 잘 커준, 오구, 까망이, 차차./사진=김재이씨 제공
사과 노트북 앞에서 졸고 있는 오구. 그러고 있으니까 네가 쓰고 있는 것 같다./사진=김재이씨 제공
"아무 조건 없이 절대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에요. 가족으로 살며 제가 양보하는 것도 있지만, 제게 주는 걸 생각해보면 더 많이 내어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저를 살게 하는 이유라 할 정도로요.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편안하게 또 행복하게, 지켜줘야겠단 다짐을 합니다."
꽃보다 예쁜 강아지들. 앞으로 더 예쁜 꽃들 많이 보기를, 매년 건강하게 찬란한 봄을 만끽하기를./사진=김재이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