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사진=이기범 기자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이제 신보가 '구원투수'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 앞장설 수 있는 '선발투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유업무인 보증을 넘어서 정부와 기업의 혁신성장 정책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취임후 기존 비전에 'Beyond Guarantee'(보증 그 이상)를 덧붙여 '기업지원 종합 솔루션 제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과 협업해 고객에게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중이다. 금융·비금융을 가리지 않고 융복합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인 8월29일을 며칠 앞두고 최 이사장을 만나 신보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이사장으로 취임하신지 1년이다. 소감 부탁드린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정책 수립을 맡다가 30년이 흘러 그 정책을 집행하는 신보의 장으로 왔다. 한풀이하듯이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우리는 종합 솔루션 제공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도 협업해야 한다는 동업자 정신을 1년 간 강조해왔다. 이제는 신보가 가야할 방향을 직원들과의 공감하고 있다. 나머지 2년은 새로운 걸 하기보다는 해왔던 것을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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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많이 어렵다. 경제 성장 제고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신보가 했던 일 중에 선발투수의 역할은 그동안 강조가 안 됐다. 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고 정부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해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5대 중점전략 사업에는 37조4000억원을 공급한다. 또 7월부터는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보증한도도 최대 200억원까지 늘렸다. 정책부문 공급 목표는 전년 대비 2조5000억원 늘어난 53조원으로 설정했다. 특히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에 앞장서기 위해 수출기업 지원 연간 공급목표도 상향했다.
-최근에 발표된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에서 신보의 역할이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대차가 신보에 150억원을 내면 신보는 이를 기반으로 20배까지 보증을 공급할 수 있다. 진출을 망설이던 협력 중소·중견기업이 현대차와 함께 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이라면 신보가 보증할 수 없는 기업도 현대차의 지원으로 보증 지원을 할 수 있다.
-현대차의 조지아 공장 보증 지원은 신보의 갈 방향도 보여준 것 같은데.
▶이번 보증은 정부가 아닌 기업의 돈을 출연받아서 하는 구조다. 출연기업과 협력기업, 또 정부와 신보가 협업하는 모델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번 사례를 다른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열악한 곳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세우는 곳에 지원하려고 한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과 협업했다. 신한은행이 3년간 150억원을 출연했다. 신한은행의 거래기업이 아닌 곳도 보험료를 지원하는 구조다. 올 7월부터 모든 시·도로부터 지원받아 전국의 중소기업이 지난해의 30% 보험료만 내면 외상매출채권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P-CBO(채권담보부증권) 보증 지원은 기업의 조달수단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높아져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감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해외발행으로 금리 부담을 완화했다. 외상매출채권 보험료를 낮춘 것처럼 P-CBO도 정부 지원 없이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냈고 추가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기존 기업 뿐만 아니라,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또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보의 생태계 내로만 들어오면 창업부터 엑시트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8개월째 시범 운영중이다. Beyond Guarantee(보증 그 이상), 원스톱 종합 솔루션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신보의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부족하면 중진공과 기보 등 협업 기관과 연결해준다. 다른 곳을 찾아갈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협업해 지난해 11월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웹서밋 코트라관에 신보가 추천한 10개 기업이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지역 스타트업 지원을 신경쓰고 있다.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에 더 지원하려고 한다. 지방에 있는 창업벤처가 서울로 올라오는 건 자금 때문이다.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고 있다. 예컨대 기관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신보의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지난 5월부터 지방소재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신보는 지역에 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어 지역 스타트업에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다.
-9월 위기설 등 하반기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 중소기업 부실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신보가 받는 법정 출연금과 실제 보증을 이용하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보증수수료를 감안하면 부실률이 4% 이내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6월 기준 신보의 반보증 부실률은 3.3%이고 3.8%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출연금 대비 보증잔액을 뜻하는 운용배수도 법적으로는 20배까지 가능하지만 원활하고 안정적인 보증을 위해 현재 8.4배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신보가 직접 심사하는 중소기업 보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코로나 위기 때 신보가 심사하지 않고 시중은행이 위탁 심사한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6월말 기준 누적부실률은 9.2%, 대위변제율은 6.2% 수준이다. 소상공인이 대출원금을 분할상환해야 하는 6월부터는 부실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올해말 부실률은 14% 수준으로 예상되고 올해 약 5852억원의 대위변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종료시까지 부실률은 20~30% 수준, 누적 부실 및 대위변제액은 1조5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전망한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부실이 일반보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에 추가적인 출연을 요청했다.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예산안에 반영도 했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급격한 부실증가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