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결국 방류, 尹정부 책임이라고?...주요 국면 돌아보니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3.08.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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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3.07.12.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3.07.12.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24일 시작했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여야는 방류가 시작된 이날까지도 입장이 갈린 채 대치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정말 우리 정부의 책임일까. 과연 우리가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었을지 주요 국면을 통해 돌아봤다.

文정부 외교장관 "IAEA 기준 따르면 반대 안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건 2021년 4월13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지만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오염수란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고로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자로에 빗물과 지하수가 흘러들어 생성된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물을 말한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125만여 톤(t)을 지상의 임시 저장탱크에 모아뒀는데, 2년 후면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없다며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고 했다. 도쿄전력은 △대기로 증발 △전기분해 방출 △지층 주입 △지하 매설 등도 고민했으나 가장 비용이 적은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있다. 2021.4.14/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있다. 2021.4.14/사진=뉴스1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14일 우려의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 원전수 방류 결정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우려를 본국에 잘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 △한국 정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할 것 △국제원자력기구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 보장할 것 등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요구사항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검토했으나 오염수 검증에 참여하는 '현실론'으로 선회했다. 중국·대만 등 인접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이 우려를 표한 것과 달리 IAEA와 미국이 시종일관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한 상황에서 실익이 없단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같은 해 7월 IAEA가 구성한 미국, 중국, 프랑스 등 11개국 국제검증단에 한국 김홍석 박사가 포함됐고, 이듬해 2월 일본에 방문했다.

'과학' 내세운 尹정부…'검증'에 초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오염수에 대해 처음 언급한 건 지난해 7월26일 출근길에서다. 윤 대통령은 "주변 관련국에 투명하게 설명하고 동의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과학'을 정면에 내세웠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월 기시다 일본 국무총리와 만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과학적 지식에 기초를 둔 설득을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2월15일엔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씨 IAEA 사무총장을 만나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당부했다.

지난 3월6일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한 뒤 같은 달 16~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으나 오염수 문제는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사진=뉴시스
5월 7~8일 방한한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현장 시찰단 파견을 수용하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찰단은 21~26일 파견됐다.

IAEA는 지난달 4일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 결정이 안전하다는 최종보고서를 전달했고 정부는 "(결론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자체 과학·기술적 검증 결과를 발표하며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계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방류 전 과정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등 3가지 조치를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IAEA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며 방류가 계획대로 처리되는지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한 상점에서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2023.08.24. /사진=뉴시스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한 상점에서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2023.08.24. /사진=뉴시스
결국 일본의 일방적인 오염수 방류 결정에 IAEA와 미국 등이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이를 저지할 외교적 방도가 마땅치 않았던 셈이다. 두 정부 모두 검증에 집중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는데, 정권이 바뀐 후엔 오히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 10년 뒤 제주 남동쪽 우리 바다에 도착하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가 2021년 우리 해역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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