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사진=김화진
이 교회 입구 위쪽 2층에는 아치형 창이 2개 나 있다. 그런데 어느 시대 어느 시간에 찍힌 사진을 보아도 오른쪽 창 밑으로 사다리가 하나 외벽에 걸쳐 있다. 그 유명한 움직이지 않는 사다리다. 1750년대부터 그곳에 있으니 거의 280년 동안이다. 1750년 이전에 제작된 판화에도 사다리가 보이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757년에 오토만의 오스만3세가 예루살렘의 성지를 교회별로 나누어 분배하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결정했고 그때부터 모든 교회가 일체의 물품을 이동시키지 않은 결과다. 기독교 분열상의 상징물이라고도 한다.
2018년 5월 14일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이었다. 이날 미국이 텔아비브에 있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행사를 했고 그를 비난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는데 그중 최소 60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수백 명이 부상했다. 2020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주선으로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워싱턴협정이 체결되었다. 주로 경제개발에 관한 상호협조 내용이다. 여기서 이스라엘이 1승을 거두었다. 미국은 두 나라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는 내용도 협정에 넣게 했다.
대다수 국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본다. 유엔(UN)과 유럽연합(EU)도 같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일찌감치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이 문제는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둔다. 미국이 그 양해를 깬 것이다. 현재 미국, 과테말라, 온두라스, 코소보만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으로 예루살렘을 수복하고 동예루살렘에 이스라엘법이 적용된다고 선언했다. 1980년 예루살렘법으로 예루살렘을 국가의 수도로 선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 법을 무효로 선언하고 회원국들이 모두 예루살렘에서 외교공관을 철수하도록 결의했다. 유엔 총회도 마찬가지 결의를 수 차례 채택했다. 아마도 예루살렘은 성묘교회의 사다리처럼 현재의 지위가 변함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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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필자의 이스라엘 친구들은 다른 걱정을 한다.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의 미래는 정치와 외교가 아니라 인구 구성이 좌우할 것 같다는 것이다.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의 수가 유대계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가 뭐라고 하든 관계없이 이스라엘 자체가 지금의 현상을 바꾸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대가족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