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면접은 대학의 교수채용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필자의 대학은 학과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총장, 대학원장, 학장 등이 참여하는 최종 면접을 한다. 후보자별로 자기소개서, 연구성과, 추천서, 외부 평가자료까지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심층질문을 해서 인재를 뽑는다. 지난 몇 주 동안 학문세계의 주역이 될 젊은 연구자를 많이 만났고 밝은 미래를 봤다.
둘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하버드 의대병원, 듀크대 심리학연구실 같은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을 하는 연구자가 많았다. 세계적 연구그룹에 들어가 최첨단 연구에 참여하고 글로벌 연구 생태계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포닥 기반 연구활동이 이공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해 인문·사회계열 연구자의 해외연구 기회를 지원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학계도 한 스승 밑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시스템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생각해볼 때다.
마지막으로 여러 분야에서 깊게 파고드는 '연구덕후'를 보는 즐거움도 이었다. 우주와 별에 흠뻑 빠진 천체 물리학자부터 식물을 가슴으로 사랑하는 생명과학자, 뇌의 신비로움을 데이터로 밝히려는 심리학자, 수학문제 풀이를 즐기는 수학자까지 모두 연구에 '진심'이었다. 면접관의 질문에 한껏 들떠 설명하던 젊은 연구자들의 진지한 눈빛과 흥분에 젖은 목소리를 잊기 어렵다. 학자로서 승부욕과 끈질김도 배어 있었다. 그 순간만은 질문자도 응답자도 면접이란 걸 잊고 한편의 연구 서사(書史)에 빠져들었다. 후배 연구자들은 신나게 말했고 선배 교수들은 그 열정에 경의를 표했다.
위에서 말한 사례들은 아직 보편적 스토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문 후속세대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기엔 충분했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가 '학문 수입국'에서 벗어나 글로벌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날이 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자신감을 가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