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 '유모차계 벤츠', 넥슨게임즈 3배 번다…김정주의 혜안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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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C '스토케' 인수 10년…작년에만 4000억 매출

/사진=머니투데이 DB/사진=머니투데이 DB


"게임사가 유모차를?"

2013년 넥슨 지주회사인 NXC가 노르웨이 프리미엄 유아용품업체 '스토케'(스토케AS)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게임업계에선 '뜬금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유모차계 벤츠'로 불리며 국내 명품 유아용품 시대를 연 스토케지만, 게임과의 시너지가 뚜렷하지 않은 브랜드에 당시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1073억원·별도기준)의 5배인 50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아서다. 실제 NXC의 벨기에 투자법인 NXMH은 스토케AS를 차입매수(외부 차입금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故) 김정주 NXC 회장이 게임에 흥미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괴짜 게임왕의 기행(奇行)'으로 여기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스토케 인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쏟았다"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 가능성이 유망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자신했다. 스토케의 투자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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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C가 스토케를 인수한 지 10년이 된 현재, 김 전 회장의 믿음은 옳았다는 재평가가 나온다. 지난해에만 넥슨게임즈 (14,870원 ▲740 +5.24%) 매출(1323억원·연결기준)의 3배, 영업이익(52억원)의 17배를 벌어들이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스토케A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31억5300만크로네(약 3988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억1800만크로네(약 908억원)로 전년 대비 각각 34.9%, 9.1% 증가했다. 스토케AS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지출 둔화라는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이같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다양한 M&A(인수·합병) 글로벌 사업을 견고하게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토케는 한국에 진출한지 1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잘 나간다. 지난해 한국법인인 스토케코리아 매출은 231억1800만원, 영업이익 8억87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 37% 증가한 수치다. 초저출산 시대 속에서도 2019~2022년 스토케코리아 매출은 연평균 38% 증가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은 판매순위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을 흔히 온라인 게임시장 개척자로만 기억하지만, 알고 보면 미래를 내다보는 M&A 전문가"라며 "평소에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유망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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