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양주권 수호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

머니투데이 이승연 삼천포서울병원 이사장 2023.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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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삼천포서울병원 이사장이승연 삼천포서울병원 이사장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어떠한 일이든지 평소에 철저히 준비가 되어 있다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하는 한자성어다.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 정신이 아니었다면 거북선을 만들지도 못하고, 왜구의 침략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해양경찰은 나에게 고향과도 같은 존재다. 현재는 사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장으로, 과거에는 해양경찰 의무경찰로 복무하면서 심해잠수사로 해난사고 구조업무를 담당했었다. 지금은 해난사고 잠수병 환자분들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니 예사롭지 않은 인연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본 해양경찰은 고도의 전문성과 냉철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직종이다. 해양범죄 예방과 대응을 통해 해양을 둘러싼 안전망을 강화하고, 어업자원 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어업환경을 조성하는 등 그 동안 우리의 해양 안보와 생태계 보호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우리 병원은 민간잠수사 잠수병치료를 위해 24시간 의료체제를 갖춘 시설로, 잠수병치료 장비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 설치됐다. 우리병원에서 치료받은 해경과 민간잠수사가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내게는 큰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



또 해양경찰에서의 경험이 의료 현장에서의 판단과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곤 했다. 복잡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돼 의료인으로서 더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었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조수간만의 차이, 수심과 자연의 변화무상함 등에 따라 작업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조난자 구조와 환자 수송, 해양 오염, 해양 질서 등 모든 것을 해양경찰에서 다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육지보다 더 큰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예측불허인 바다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늘 준비된 해경이어야 하기에,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 정신으로 매사에 철저히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병원 응급실이 24시간 응급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항시 긴장속에 대기하는 것처럼, 해양경찰 또한 24시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대형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전문성 있는 현장지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함·정장 등 현장 지휘관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인재 선발부터 교육·훈련, 보직 경로까지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처럼 준비된 해경이 되기 위해서는 해경조직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급변하는 주변 상황에 부응할 수 있도록 첨단 장비와 시설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일 또한 국민들의 큰 관심속에 진행돼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해양경찰 70주년을 맞아, 그 동안의 피와 땀과 눈물로 바다안전과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노력해 온 해경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해양경찰의 새로운 도약과 번영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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