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520억에 '헤어샵' 지분 되샀다…철수 속도내나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08.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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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골목상권 침해사업 철수" 2년 만에 투자자 갈등 봉합

/사진=카카오헤어샵/사진=카카오헤어샵


카카오 (46,050원 ▼400 -0.86%)가 '카카오헤어샵' 투자자에 520억원 가량을 돌려주면서 사업철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17일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난 6월 말 카카오헤어샵 운영사 와이어트 지분을 24.19%에서 38.92%로 늘렸다. 2021년 와이어트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해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이들 지분 14.73%를 1주당 34만4828원씩 총 525억9186만원에 되사들였다. 2년 전 투자유치 당시 1주당 가격(31만8734원)보다 8% 비싼 수준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로부터 200억원을 단기차입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카카오인베스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22억원에 불과하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외부 투자자의 피해보상이 마무리된 만큼 2021년 약속한 카카오헤어샵 철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당시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헤어샵 등) 골목상권 침해 사업은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이름 떼니 영업손실 10배로"
카카오톡 상단 검색창에서 '카카오헤어샵'을 검색하면 카카오 브랜드명을 제외한 헤어샵 예약하기 페이지가 뜬다. /사진=카카오톡 캡처카카오톡 상단 검색창에서 '카카오헤어샵'을 검색하면 카카오 브랜드명을 제외한 헤어샵 예약하기 페이지가 뜬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문제는 와이어트가 국감 두 달 전인 8월 한국투자파트너스 주도로 다수의 기관투자자에게서 48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와이어트 IPO(기업공개) 기대감에 거액을 베팅한 투자자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사전협의도 없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며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이후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후 매각을, 카카오는 매각과 동시에 투자금 상환을 고수하며 2년간 팽팽히 맞서다 올해 6월 풋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해 논란을 매듭짓게 됐다. 그 사이 카카오는 카카오톡 '더보기' 탭에서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종료하고 서비스명에서도 카카오를 뗐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도 실적발표에서 "헤어샵 같은 비핵심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카카오 공동체와의 시너지가 막히면서 와이어트 성장도 정체됐다. 특히 골목상권 침탈로 낙인찍힌 미용실 예약서비스(뷰티샵 플랫폼 부문)는 지난해 매출(121억원)이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영업손실(19억원)은 10배로 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와이어트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며 "카카오헤어샵 철수 및 구조조정 등 넥스트 스텝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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