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끝났다"… 25년 만에 부동산 계산서 받는 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08.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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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의 30% 中 부동산, 경제금융화 토대에서 부채 '부메랑'
지방정부들 사실상 파산… 디플레 국면에 가계도 상환 부담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중즈로 확산… 금융총국 긴급회의

중국 현지서 건설 중인 한 아파트단지./사진=머니투데이DB중국 현지서 건설 중인 한 아파트단지./사진=머니투데이DB


중국 부동산 발 쇼크가 금융권까지 전이되면서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내수·물가 동반 하락에 따른 침체) 초입에 최대 악재를 만났다. 충격파가 디플레를 가속화할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사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충격의 범위가 넓다. 디플레를 콘트롤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게 중론이다.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오랜 기간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부동산'이라는 성장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의 주장대로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한들 각 지방 정부의 자금력과 가계의 주택구매 여력이 크게 약해졌다. 부동산 개발기업들은 부채라는 족쇄를 달았다. '부동산 파티는 끝났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GDP의 30%, G2 中경제 만든 부동산 25년
지난 25년간 빠른 속도로 이뤄진 중국 부동산 시장 성장과 이에 따른 금융화는 사실 개발도상국 경제성장의 최대 성공모델이다. 모든 토지를 헌법으로 국가소유로 정하고 있는 중국에서 민간 부동산개발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얘기였다. 그걸 시작한게 1980년대 후반 홍콩의 부동산개발 전문가들이었다.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5일 "1980년대 홍콩 부동산 기업들이 선전(深?)과 상하이(上海)의 중국 본토 관리들에게 '토지사용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라'고 조언하면서 중국 부동산 개발이 시작됐다"며 "당시 개발비용이 절실히 필요했던 중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방법이 훌륭한 자금조달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대전환점은 25년여 전인 1998년이다. 이 때부터 도시가구가 아파트를 사고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중국 부동산 붐의 시작이었다. 수억명의 인구가 새 아파트로 이사했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은 단숨에 중국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엔진으로 급부상했다. 개인은 수억원대 집을 가진 자산가임을 자부할 수 있게 됐고 지자체들은 엄청난 수익을 냈다.

지자체가 더 많은 땅을 팔수록 더 많은 돈을 모았고 이 돈은 인프라 개선에 사용됐다. 그러면서 땅값은 더 오르는 나름의 선순환이 이뤄졌다. 동시에 중국의 도시 풍경은 빠르게 현대화했다. 아파트를 보유한 서민들의 삶도 이전과는 달랐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부자가 됐다. 도심지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쏟아져오는 외국인 주재원들에게 고가에 주택을 임대하며 높은 수익을 냈다.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경제 금융화 토대 된 中 부동산
(뤄양 로이터=뉴스1) 금준혁 기자 =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가 개발한 주택 단지 오아시스의 로고가 15일(현지시간) 중국 허난성 뤄양시에 위치한 주택 건설 현장 밖에 그려져 있다.  (C) 로이터=뉴스1  (뤄양 로이터=뉴스1) 금준혁 기자 =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가 개발한 주택 단지 오아시스의 로고가 15일(현지시간) 중국 허난성 뤄양시에 위치한 주택 건설 현장 밖에 그려져 있다. (C) 로이터=뉴스1
부동산의 막대한 부는 중국 경제의 금융화를 가속화했다. 은행이 호황을 누리면서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상품이 대거 출시됐다. 난립 수준에 가까운 중국 지방 금융기관들은 이 같은 지방 정부들의 부를 중심으로 발호했다. 이 금융기관들이 지방정부와 엮여 부동산을 통한 새로운 부를 끝없이 창출했다. 이런 방식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동산 관련 지방정부 재정까지 감안하면 중국 GDP(국내총생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30%를 크게 상회한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이 풍요의 구조는 지속적으로 집값이 올랐을 때만 기능한다. 실제 집주인들이 들어가 사는 실질수요 비중이 갈수록 낮아졌다. 집값이 둔화하면서 집값 차액을 노린 투자 수요도 뒤따라 고갈됐다. 25년 간 형성된 부동산 중심의 경제구조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 긴 파티 끝에 이제 중국 경제에 계산서가 날아오는 셈이다.

SCMP는 "중국 주택시장 호황에서 비롯된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차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개발업자, 가계를 포함한 모든 주체들이 놀라운 속도로 부채를 축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많은 지방정부들이 사실상 파산 상태에 접어들었고 가계는 디플레 국면에 접어들어 부채상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이은 악재, 中 금융총국 긴급회의
중국 국가금융관리총국./사진=뉴스1중국 국가금융관리총국./사진=뉴스1
블룸버그는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14일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15일 보도했다.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중즈(中植)의 지급중단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즈 산하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약 3500억위안(64조원)대 지급중단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시진핑 행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지난 2020년 이른바 부동산 3대 레드라인 규제(△부채비율 70% 초과 금지 △시총 대비 부채비율 100% 미만 의무화 △단기차입금 대비 보유현금 1배 이상)를 도입했다. 집값을 잡고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지만 외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각종 규제로 은행 대출이 막히자 부동산 기업들은 그간 중룽 등 신탁사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런데 대형 부동산 개발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碧桂園)과 국유 부동산기업 위안양(시노오션, 遠洋)이 연이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이 연말까지 내야 할 이자만 58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중룽 등 신탁사로 충격이 빠르게 전이된다. 앞서 부동산기업 헝다(恒大)와 개발사 완다(萬達)가 흔들릴 때보다 더 큰 충격이 시장을 덮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침체에 대해 장기간 대책을 마련해왔다는 입장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국 정부는 국유금융사들을 통해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으며 국영기업의 자산 등도 충분히 부동산 시장의 완충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부동산 상황에 대해서도 그간 대비해왔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우려는 지대하다. 2조9000억달러(3880조원)에 이르는 중국 투자신탁 시장을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이 바로 부동산이다. 블룸버그는 "중즈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거라고 보고 비구이위안에 대거 투자했지만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를 맞았다"며 "여파가 중즈와 중룽 뿐 아니라 다른 업체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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