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마트 아냐?…아마존이 'AI 랠리' 대열에 합류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08.1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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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맨해튼 클래스 - 아마존 'AWS' 생성형 AI 서비스 포털로 변신

편집자주 세계인들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뉴욕(NYC)과 맨해튼(Manhattan)에 대해 씁니다. 국방비만 일천조를 쓰는 미국과 그 중심의 경제, 문화, 예술, 의식주를 틈나는 대로 써봅니다. '천조국'에서 족적을 남긴 한국인의 분투기도 전합니다.

뉴욕 맨하탄 홀푸드마켓 /사진=엄성원뉴욕 맨하탄 홀푸드마켓 /사진=엄성원


많은 사람들은 아마존(Amazon)을 온라인 서점이나 온·오프라인 유통체인 정도로 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온라인 서점으로 미국 서점가를 고사시킨 게 맞고, 종합 유통체인으로 성장한 뒤 홀푸드마켓 같은 고급 오프라인 채널까지 역으로 인수해 미국 대부분의 지역마트를 몰살한 주범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그러나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유통업에서 아직도 이익을 내지 못한다. 아니 낼 생각을 안한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번 돈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해서 유통을 아예 다른 단계로 혁신할 궁리만 한다. 예컨대 드론으로 자동배송을 하는 그날까지 말이다.



그럼 아마존은 대체 어디서 돈을 버는가. 전체 매출의 20% 이하 비중인 아마존웹서비스 이른바 'AWS'가 캐시카우다. 모든 이익이 AWS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 32% 차지한 절대강자
앤디 재시 AWS 글로벌 총괄 사장앤디 재시 AWS 글로벌 총괄 사장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영역이 생소한 2006년, 아마존은 이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주문이 먹통이 되지 않도록 서버를 무지막지하게 투자해놨는데 평소에는 이 용량이 남아돌아서 과잉투자라 생각되자 이를 다른 기업들에 빌려주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고위 관계자들이 밝혔다. 처음엔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미 사업이 시작되자 주문이 밀려들어서 서버를 늘리는 족족 '완판' 됐다는 거다.



어찌됐건 AWS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강자다. 애플과 넷플릭스, AMD와 모더나가 AWS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애플은 구글 서비스도 쓰지만 스마트폰 OS(운영체계)에서는 서로 경쟁사라 AWS 비중이 크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아마존 AWS가 32%,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가 22%, 구글 클라우드가 11%를 차지했다. '왜 홀푸드 같은 마트체인이 빅테크로 분류되지'라는 의문을 가졌다면 바로 AWS 때문이다. 아마존은 AWS를 기반으로 유통업을 병행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AWS는 최근까지 사업적 전망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가 생겨난 이후로 1등을 뺏긴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산업 성장 속도가 한계에 달하고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거세어서 매출이나 이익 확장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지적된 것이다.

AWS에 터보엔진 달아준 AI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WS(아마존웹서비스) 서밋 서울 2019'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AWS와 파트너, 고객들의 클라우드 솔루션과 서비스 등이 소개된다. 2019.4.17/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WS(아마존웹서비스) 서밋 서울 2019'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AWS와 파트너, 고객들의 클라우드 솔루션과 서비스 등이 소개된다. 2019.4.17/뉴스1
하지만 반전이 시작됐다.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서프라이즈가 나타나면서 AWS에 대한 월가의 시각이 달라졌다. AWS는 2분기에 12%의 성장을 보고했는데 이는 애널리스트들 예측을 2%p나 상회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214억 달러에 머물던 매출이 지난 분기에 221억 달러로 급등했다. 그리고 3분기에는 20%, 4분기에는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


AWS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 까닭은 AI(인공지능) 덕분이다. 단순히 데이터베이스나 웨어하우스 역할을 하던 AWS가 최근 머신러닝 분야에서 뛰기 시작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데이터 고속도로를 깔아놓는 데 돈을 들였던 AWS가 드디어 그 도로를 초고속으로 질주할 컨텐츠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반도체 산실인 텍사스주 오스틴에 생성형 AI와 관련한 비밀센터를 두고 있다. 이 센터에선 아마존이 직접 개발한 맞춤형 시스템 반도체 '인퍼렌시아(Inferentia)'와 '트레이니움(Trainium)'이 AWS 고객들에게 새로운 생성형 AI 서비스를 해주는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두 개의 칩이 비싸기로 유명한 엔비디아 GPU가 없이도 서비스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칩 없이도 유일하게 생성형 AI 서비스 가능
잭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엔비디아잭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엔비디아
AWS CEO(최고경영자)인 아담 셀립스키는 6월 인터뷰에서 "전세계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해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데 AWS는 고객들이 집단적으로 원하는 용량을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배경에는 인퍼렌시아와 트레이니움이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초기 레이스에서 사실 아마존은 3위에 머무르고 있다. 130억 달러를 투자한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챗GPT를 만들자 MS는 이를 곧바로 자신들의 검색 서비스인 빙(Bing)에 결합해 2월부터 랠리를 촉발했다.

MS에 선두를 뺏긴 구글은 오픈AI 라이벌인 엔트로픽(Anthropic)에 3억 달러를 급히 부어 자체모델인 바드(Bard)를 만들고 3월에 허둥지둥 출시했지만 비판만 들었다.

이 구도에서 아마존은 조용히 4월에 타이탄(Titan)이란 언어모델과 베드록(Bedrock)이란 서비스를 내놓았다. 아마존에 이어 메타도 최근 대형언어모델 '라마2(Llama 2)'를 내놓았다. 모두 생성형 AI 서비스다.

그런데 이 레이스에서 시작은 3등으로 뒤처졌지만 아마존의 역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자체 칩 보유의 유무다. MS나 구글 같은 선두권 업체들은 소프트웨어적인 능력을 기반으로 선두권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를 구동해야 하는 핵심 칩을 엔비디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투자력을 차치한다면 엔비디아의 생산능력에 이끌려갈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이른바 공급망 이슈다.

하지만 아마존은 2013년부터 나이트로(Nitro)라는 특수 하드웨어로 맞춤형 칩을 생산해왔다. AWS 사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엔비디아와 같은 사업을 스스로를 위해 진행해온 것이다. 아마존은 AWS 서버 하나에 최소 2000만개의 나이트로 칩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AWS 울타리 내에 AI 개발기업들 꽁꽁 묶어둘 계획
(서울=뉴스1) = SK텔레콤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연내 5세대(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반 에지 클라우드(5G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양사는 SK텔레콤의 5G MEC 기술에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 등 퍼블릭 클라우드 기술·서비스를 접목해 5G 에지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에 나선설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이 13일 오전 ‘AWS 서밋 온라인 코리아’에서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2020.5.13/뉴스1  (서울=뉴스1) = SK텔레콤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연내 5세대(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반 에지 클라우드(5G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양사는 SK텔레콤의 5G MEC 기술에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 등 퍼블릭 클라우드 기술·서비스를 접목해 5G 에지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에 나선설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이 13일 오전 ‘AWS 서밋 온라인 코리아’에서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2020.5.13/뉴스1
아마존의 반도체 하드웨어 설계 능력은 이스라엘 안나푸르나랩스를 2015년에 인수하면서 강화됐다. 아마존이 2018년에 내놓은 그레비톤(Graviton)이라는 서버 칩은 이미 AMD나 인텔의 x86 CPU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최근 시험되는 인페렌샤는 2019년에, 트레니움은 2021년에 만든 모델이다. 물론 엔비디아가 내놓은 칩의 성능이 최고이지만 아마존은 레스토랑 주인이면서 동시에 셰프도 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로 AWS 파워다. 일단 클라우드 인프라 측면에서 '넘사벽'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객들이 생성형 AI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아마존은 누구보다 폭넓게 축적할 수 있다. AWS는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에 중점을 둔 개발자 도구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 애플이 앱 생태계를 구축했듯이 AWS는 개발자들의 AI 놀이터를 자사의 울타리 내로 끌어들일 셈이다.

아마존은 이미 최신 AI 제품으로 'AWS헬스스크라이브(HealthScribe)'를 출시했다. 의사들이 생성 AI를 사용해 환자 임상 문서 초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7월에 공개된 서비스다. 아마존은 또 알고리즘과 모델 등을 제공하는 기계 학습 허브인 '세이지메이커(SageMaker)'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코딩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인 '코드 위스퍼(CodeWhisperer)'도 만들었다. 개발자들을 꽁꽁 묶어두겠다는 발상이다.

실제로 월가 사람들이 놀란 사실은 아마존이 2분기 실적발표에서 "AWS 사업의 대부분이 이제 AI와 AWS에서 제공하는 20개 이상의 머신러닝 서비스로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한 부분이었다. 필립스나 3M, HSBC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생성형 AI 서비스 고객으로 자사의 제품을 위해 AWS 툴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챗GPT와 경쟁에서 유리한 부분은 하나 더 있다. 한국 삼성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보안을 이유로 챗GPT의 사내 이용을 금지한 상황이다. 하지만 AWS의 베드락은 가상 클라우드 환경에서 서비스 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기업이 아직까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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