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잇따라 '52주 신고가', 비결?… 렉라자 위력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8.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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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주가 연초 이후 32.6%↑, 52주 신고가 경신
10월 유럽종양학회, 렉라자 중요 임상 기대감
경쟁약 급여 지연도 호재로 작용

유한양행 잇따라 '52주 신고가', 비결?… 렉라자 위력 드러난다


유한양행 (77,400원 ▲3,400 +4.59%) 주가가 잇따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분기 호실적 발표와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 탄생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는 10월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회사가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 발표 내용에 따라 렉라자는 국내 최초 연 매출 수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수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7만8900원을 찍으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일 회사 주가가 7만6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찍은 뒤 이틀 만에 이를 경신한 것이다.



유한양행 주가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약 32.6% 올랐다. 5만300원으로 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3월30일과 비교하면 48.51% 올랐다. 주가는 계속 5만원대를 횡보하다 지난달 중순부터 급등했다.

우선 2분기 실적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 올렸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28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957억원, 27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를 향한 기대감도 빠뜨릴 수 없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잘 나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렉라자 가치가 이제 본격적으로 가시화돼 주가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 폐암 치료제다. 오는 10월 ESMO에서 최신 임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라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NJ)이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JNJ가 개발한 폐암 표적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를 같이 환자에 투여하는 임상 시험이다. 임상 시험 이름은 'MARIPOSA'다. JNJ는 MARIPOSA 시험의 최종 분석이 올해 말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최종 분석 전 하반기 주요 학회에서 중간 데이터를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주요 폐암 학회는 오는 10월 열리는 ESMO가 유일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때 MARIPOSA의 중간 데이터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한다.


MARIPOSA의 결과 발표는 렉라자 가치가 퀀텀 점프할 중요한 기점이다. 이번 임상 시험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투여와 타그리소 단독 요법을 비교한다. 타그리소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폐암 치료제다. EGFR 변이 폐암의 1차 치료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이다. MARIPOSA 임상은 렉라자가 업계 최고와 겨루는 진검승부인 셈이다.

JNJ는 2021년부터 글로벌 블록버스터 기대 약물로 꾸준하게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언급했다. JN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1년에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렉라자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게 타그리소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경쟁약 타그리소의 폐암 1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늦어지면서 렉라자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게다가 렉라자는 지난달부터 EAP(무상 공급 프로그램)로 폐암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중이다. EAP로 렉라자를 복용한 환자는 급여 허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약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EAP는 초기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AP 기간이 끝나도 환자는 계속해서 렉라자를 복용해야 하므로 6개월 급여 과정 후 건강보험 등재를 가정하면 내년 초부터 매출이 발생한다"며 "그전까지는 무상으로 공급되는 렉라자 원가는 기부금 영업 외 비용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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