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폐암 환자 94%가 "담배 피운 적 없어"…원인은 미세먼지?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8.01 15:01
글자크기

폐암의날 맞아 통계 발표...5년 상대생존율 30년 사이에 12.5→36.8% 상승
여성 폐암 환자의 94.4%… "담배 피워 본 적도 없다"
EGFR 돌연변이 원인… 4세대 표적 치료제 개발 한창

女 폐암 환자 94%가 "담배 피운 적 없어"…원인은 미세먼지?


12.5% vs 36.8%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 차이다. 약 3배가량 높아졌다. 암을 진단하는 기법과 치료하는 신약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배 피우면 암에 걸린다'는 믿음과 다르게 여성 폐암 발생률은 흡연과 상관없이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여성 폐암 환자 약 94%가 전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1일 세계 폐암의 날을 맞아 본지가 이종성 의원실 통해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16~2020년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6.8%다. 약 30년 전인 1993~1995년의 12.5%와 비교하면 3배 정도 생존율이 올랐다.



10년 상대생존율은 20년간 2배 이상 올랐다. 1993~1995년 폐암 환자의 10년 상대생존율은 10.5%였다. 2011~2015년에서는 22.5%다. 2016~2020년 통계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진 이유는 진단·치료법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4기 환자가 받는 항암 치료법이 좋아졌다. 환자의 머리가 빠지는 전통적인 1세대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부터 특정 암 유발 단백질을 노리는 '표적항암제', 그리고 가장 최근의 '면역항암제'까지 다양한 폐암 치료법이 개발됐다.



그러나 생존율 개선과 별개로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전체 폐암 환자 중 약 32%가 여성이었다. 1999년 약 26.3%, 2009년 약 28%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발생자 수를 뜻하는 조발생률도 크게 늘었다. 1999년 여성 폐암 환자의 조발생률은 14.8명이었다. 2020년에는 36.1명을 기록한다. 2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 폐암은 흡연 여부와도 크게 관련이 없었다. 이현우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2022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폐암에 걸린 성인 여성 환자의 94.4%가 전혀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건강검진은 받은 20세 이상 성인 583만1039명(여성 232만837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을 2015년까지 추적·관찰하면서 이 기간에 폐암에 걸린 사람을 다시 추려냈다.
女 폐암 환자 94%가 "담배 피운 적 없어"…원인은 미세먼지?
비흡연 환자의 폐암 발생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 돌연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요즘 국내에서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서 폐암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대개 EGFR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다"며 "EGFR 유전자 변이는 가족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돌발적으로 생기는데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히 여성 환자 절반 정도가 EGFR 유전자 변이로 인해 폐암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반드시 표적 치료제를 써서 치료하게 된다"며 "EGFR 표적 치료제는 1~3세대까지 상용화돼 있다. 그 이후에는 정립된 표준 치료가 아직도 없어서 3세대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4세대 신약이 활발히 개발 중이다"고 설명했다.

EGFR 변이를 표적하는 폐암 치료제는 2000년대 초를 시작으로 현재 3세대 약물까지 개발됐다. 전 세계 블록버스터로 널리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가장 대표적이다.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 (77,400원 ▲3,400 +4.59%)이 출시한 '렉라자'도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렉라자를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무상 공급하는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EAP)'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3세대 EGFR 치료제에도 한계는 있다. C797S 유전자 돌연변이로 내성이 발생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4세대 EGFR 표적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2,220원 ▲35 +1.60%)의 신약 후보물질 'BBT-176'이 가장 앞서 있다. BBT-176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환자 대상 임상 시험에 가장 빠르게 진입했다. 다음 달 개최되는 세계폐암학회에서 임상 1상의 후속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바이오텍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는 'BDTX-1535'라는 4세대 약물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1상 진행 중이며 지난해 8월 한국에서도 환자를 등록했다. 지난 6월 말 긍정적인 임상 1상 결과가 발표됐는데 당시 회사 주가가 장중 한때 235% 폭등하기도 했다.

한때 선두 기업이었던 미국의 블루프린트 메디슨스(Blueprint Medicines)는 자사의 후보물질 'BLU-945'와 'BLU-701'의 개발을 중단했다. 임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BLU-525'라는 새로운 4세대 EGFR 약물을 개발 중이며 전임상 단계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