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국민연금 의결권 실수로 운용자산 회수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7.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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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국민연금 의결권 실수로 운용자산 회수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하 이스트스프링)이 국민연금 돈으로 투자한 상장기업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실수로 운용자금을 회수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스트스프링은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는 입장인데 의결권 문제가 시장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국민연금이 강한 문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이스트스프링에 맡겼던 자금 중 국내주식 액티브퀀트 펀드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영국 푸르덴셜 금융그룹 계열인 이스트스프링의 올 상반기 말 운용자산(AUM)은 펀드 설정액 3조원을 포함해 총 14조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중 국민연금이 맡긴 액티브 펀드는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자금이 회수 대상이다.



이스트스프링의 수익구조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만큼, 이번 펀드자금 회수가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민연금으로부터 받는 일임 수수료율은 5bp(1bp=0.01%) 수준이었고 지난해 영업이익 26억원 중 상당액이 국민연금에서 나왔다.

문제가 된 의결권은 올해 3월 KISCO홀딩스(한국철강 모회사) 주총에서 발생했다. KISCO홀딩스는 자본총계 1조5030억원에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9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알짜기업이다.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5배에 불과할 정도로 주가가 낮아 소액주주들이 주주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회사다. 결국 사측과 소액주주들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 결과, 2만3696표 차이로 사측의 후보 김월기씨가 선임됐다.

문제는 국민연금 표 2만5340주(5억원 규모)를 가지고 참여한 이스트스프링이었다. 국민연금의 돈을 자사펀드에 넣어 산 KISCO홀딩스 (22,950원 ▼50 -0.22%) 주식 의결권이 사측 후보에 무게를 실어줬지만, 확인 결과 국민연금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은 적이 없었다. 당시 주총에서 국민연금 표가 기권처리만 됐어도 소액주주들의 승리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스트스프링 관계자는 "주총 직후 의결권과 관련한 실수를 파악, 국민연금과 KISCO홀딩스 (22,950원 ▼50 -0.22%) 등 측에 내용을 통보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주총결과가 확정된 상태여서 되돌리는데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당시 의결권과 무관하게 의결권 정족수가 부족했던 것으로 확인, 어떻게 했더라도 김월기 후보가 선임되지 못했을 것이란 언론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이스트스프링의 실수는 묵과하기 어려운 잘못이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당시 과정을 들여다봤고, 6월에는 국민연금이 KISCO홀딩스 대상으로 창원지법에 주총결의 취소청구 소송(이스트스프링, 소액주주측 동참)을 제기했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주총시즌이 되면 단순위탁, 위임, 일임, 자체자금 등 자금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의결권을 모두 모은 후 자금주의 성격에 맞춰 의결권을 나눈다"며" "특히 일임자금의 경우 때문에 수차례 확인에 확인을 거치기 때문에 틀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스트스프링 사태 후 국민연금은 의결권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투자일임을 맡긴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세미나 형태로 소집해 일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주의할 사항과 사후 징계강화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트스프링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의결권과 관련한 사소한 실수도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과 내부 규제, 확인절차를 마련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스트스프링은 2001년 설립된 굿모닝투신을 전신으로 한다. 2002년에는 영국 PCA 그룹에 인수돼 PCA 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꾼 후 2012년 현재의 사명으로 운영해왔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6억원, 2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87%, 65.99%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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