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림동 칼부림,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3.07.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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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일을 하다 보면 생판 모르는 이의 장례식장에 가야 할 일이 더러 있다. 대체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거나, 범죄 피해자거나, 세상에 뭔가 알리고 싶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장례식장에서 이것저것 캐묻는 것이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유가족에게 취재가 필요한 상황을 정중히 설명하고 내가 쓰는 기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가족을 잃은 슬픔,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데 그 뒤에 꼭 따라오는 말이 있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이다.

가족의 죽음이 그냥 잊히지 않게, 헛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일 터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또 다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온 사회가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번 신림동 사건 유가족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 사건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차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개인적 분노,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범행 동기가 된 것이다.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6년 5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있었고 2018년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있었다. 그 때마다 떠들썩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묻지마 범죄이기에 예측하고 대비하기가 어려워서다.

더 엄한 처벌을 하면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처벌당할 것을 감수하고 일을 저지른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미리 찾아 관리·감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조속히 우범자들을 미리 파악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신림동 사건 피의자 조선은 폭행 등 전과 3범에 미성년자 시절 소년부로 송치된 수사경력자료가 14건에 달한다. 수차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절히 교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면 이번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회부 한정수 기자사회부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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