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네옴시티 사업, '찐 테마'는 이것…중동 전문가가 콕 집었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김윤희 PD 2023.07.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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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꾸미]'네옴시티' 저자 유태양 작



최소 700조원에서 최대 20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도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투자에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네옴시티의 실현 가능성부터 어떤 업종이나 기업이 수혜를 받을지 꼼꼼한 분석이 중요한 시점이다.



중동 전문가로 꼽히는 유태양 작가는 "네옴시티 사업이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린 청사진대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조차 할 생각도 하지 않는 건 더 어리석다"고 강조했다. 네옴시티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필요하지만 아예 투자조차 안한다면 더 큰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지 기자 출신인 유 작가는 현재 컨설팅 업체 크레센트컨설팅그룹의 리서치 파트너로서 중동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중동 현지에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네옴시티 : 제2의 중동붐인가, 700조원의 신기루인가'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유 작가는 네옴시티에 큰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단순히 사우디에 가서 MOU(업무협정) 맺고 사진만 찍은 것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진짜 수혜를 입을 업종이나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듈러 공법, 재생에너지, UAM(도심항공교통), 로봇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오시면 인터뷰 풀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00조 네옴시티 사업, '찐 테마'는 이것…중동 전문가가 콕 집었다


Q. 지금 중동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유태양 작가 : 저는 경제지 기자 생활을 5년 정도 하다가 지금은 중동계 컨설팅 회사인 크레센트컨설팅 그룹에서 리서치와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두바이에 있으면서 현지 조사도 하고 중동 진출을 원하는 기업이나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일도 합니다.


Q. 네옴시티란 어떤 사업인가요?
▶네옴시티를 설명하려면 먼저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계획을 알아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인데요. 자원의 저주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 나라에 풍족한 자원이 있으면 국가 GDP는 높아지지만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조업이나 핵심 서비스업은 성장하질 못해요. 산업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죠. 사우디의 경우 2020년 기준 GDP의 40%, 국가 재정의 60%가 석유 산업에서 나옵니다.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자신이 왕세자가 된 이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컨설팅 회사들을 다 끌어모아서 탈석유 세상에서 사우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짜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나온게 비전 2030 전략인데요. 내용은 너무 많은데 핵심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여 석유 비중을 낮추고 신기술에 투자하고 여성의 경제 참여율을 끌어올려 열린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전 2030 전략 중 하나가 네옴시티 프로젝트인데요. 사우디의 타북 지역에 첨단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인데 이 중 핵심은 거대 인공 장벽으로 유명한 '더 라인'입니다. 길이 170km, 높이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 장벽 모양의 첨단 도시인데요. 거주 인구는 최대 900만명에 달합니다.

더 라인 인근에는 옥사곤이라고 하는 인공 부유식 섬을 만들어서 담수화 플랜트,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팜 등 산업단지를 조성합니다. 그 옆에는 트로제나 라는 관광단지를 만드는데요. 이곳에는 동계 아시안게임이 예정돼 있습니다. 중동 지역임에도 경기장 안에 인공 강설을 통해 겨울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죠. 이 모든 사업을 하기 위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는 대략 700조원에서 2000조원 이상까지도 보고 있습니다.

Q. 계획이 너무 거창해서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요.
▶일단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사업이 좌초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카타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카타르는 인구 약 100만명밖에 안되는 소국인데 국민 소득은 정말 높습니다. 지난해 말 월드컵을 열었는데 처음에 카타르가 월드컵을 한다고 했을때 전세계에서 반대했어요. 그 더운 나라에서 어떻게 축구하냐고요. 그러자 카타르는 경기장을 모두 돔으로 짓고 에어컨을 틀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죠. 카타르가 월드컵을 위해 쓴 돈이 약 250조~400조원이라고 합니다. 사우디는 카타르보다 10배 이상 부유한 나라에요. 자금 부담때문에 사업을 못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도시의 유기성이에요. 사막 한복판에 인공 도시를 지어놨는데 이게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느냐 하는 거죠. 특히 더 라인은 선형 도시이기 때문에 동선 배치가 정말 어렵습니다. 네옴시티에서는 이를 UAM 같은 혁신 모빌리티를 이용해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문제가 잘 해결될지는 미지수죠.

도시가 건설되는 타북 지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문제도 있고요.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나 노동자들의 안전, 소수인종들의 인권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Q. 국내 증시에서 네옴시티 테마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볼까요?
▶우선 말씀드려야 할 게 네옴시티와 관련해서 정말 실체가 없이 주가만 오르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사우디 가서 MOU 맺고 사진 한 장 찍어오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들이 많은데요. 물론 이중에는 진짜 사업성 있는 곳들도 있지만 주가를 띄우기 위한 것도 있으니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네옴시티 테마하면 먼저 건설업이 거론되는데요. 건설사들은 큰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이게 반드시 높은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저가 수주를 할 수 있고요. 발주처의 요구를 이것저것 맞추다 보면 정작 남는 건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비견한 예로 한화건설이 추진했다가 실패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이 있죠.

건설업 중에서는 모듈러 공법이 기회를 맞을 수 있습니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건물을 짓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인데요. 그동안 모듈러 공법은 소형 건축물에만 적용됐고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더 라인은 모듈러 공법으로 짓겠다는 계획이에요. 170km짜리 건물을 한 번에 올리는 게 아니라 135개의 건물을 모듈러 공법으로 만들어서 조립하겠다는 거죠. 이 정도로 대규모의 모듈러 공법은 시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대단히 큰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 기업들도 큰 기회를 맞을 수 있습니다. 네옴시티는 스마트시티인 동시에 탄소제로 도시입니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에너지로는 태양광을 사용하고요. 더 라인의 170km 외벽에는 태양광 패널을 붙인다고 합니다. 사우디가 요즘 힘을 주는 사업이 그린 수소(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와 블루 수소(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한 수소)에요. 수소 관련 사업도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네옴시티에서 이동하기 위해선 UAM이 필요합니다. 무인 드론 택시나 하이퍼루프 사업도 사우디가 검토하고 있고요. 로봇 산업도 네옴시티에서 부각될 수 있는데요. 사우디는 대가족 문화입니다. 식사를 차리면 한 번에 10인분 이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네옴시티 안에서는 주방 자동화나 조리 로봇 등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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