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영상 찍는다고 부실공사 사라질까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3.07.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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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수'로 나서면서 '칼'을 빼들었다.

오 시장은 최근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3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공사장을 현장점검차 방문했다. 하필 아파트 붕괴 사고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공동시공을 맡은 현장이다. 오 시장은 민간 건설사들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동영상 기록관리에 동참하는 것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도급 순위 상위 30개 건설사에 동영상 기록 관리 확대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모든 공정을 동영상으로 남겨두면 부실 가능성이 생겼을 때 입증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공정이 설계대로 시공되고 있는지 건설사는 물론, 감리회사와 지자체가 각각 동영상을 보존 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의 요청을 받은 건설사 중 24곳은 하루만에 동참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의 요청을 민간 건설사가 거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규제만 강화될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공사 감리세부기준에 따르면 공사중 동영상 촬영은 공사 감리자의 의무다. 용역비를 받고 당연히 해야하는 감리자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같은 일을 중복해야하는 상황이다.



오 시장 말처럼 건설사들은 신뢰를 잃었다. 검단 아파트 사례를 보면 설계대로 공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애초에 설계도 엉망이었다. 문제를 잡아내는 감리도 문제였다. 특히 국내 건설사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GS건설에서 이같은 문제가 생겼다는 게 업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짚어보자. 국내 건설업은 종합 건설사가 전문 건설사에 하청을 주는 구조다. 여러단계에 거쳐 일이 하도급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 이 구조의 밑단을 이끄는 '오야지'(현장반장)를 중심으로 쥐어짜기가 만연하다.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르지만 오야지가 챙길 몫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 원가를 절감하는 수준을 넘어 철근을 누락하는 일까지 생겼다. 비가 와도 눈이와도 날이 추워도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공사를 감행한다. 열악한 환경에도 종합 건설사가 일감을 두고 경쟁을 붙이면 달라붙는 전문 건설사가 널렸다.


국내 건설현장에 수십년간 뿌리박은 하청구조는 시장에 맡겨두면 사라질 수 없다. 여전히 부실공사가 유리한 상황이다. '판도'를 바꾸지 않으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 철근도 빼는데 동영상 조작은 못할까. '장수의 칼'로 쓰기에 규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김평화 기자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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