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첫걸음, 건전한 생태계 조성하려면

머니투데이 조재우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2023.07.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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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조재우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코인' 사건들과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법안 제정이 늦었지만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를 만드는 첫걸음을 떼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 법안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같은 시급한 사안을 우선 다루고 향후 단계적 입법 과정에서 추가 규제와 산업육성을 논의한다. 건전한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 고려할 점이 많다.

먼저 불공정거래를 전방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 금융시장과 달라 기존 모니터링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다. 거래는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자산이동에 국경이 없으며, 익명성을 띠고 있다.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를 모니터링하지만, 거래소 밖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감시하는 시스템은 없다. 예를 들면 디파이(블록체인 기반 거래 서비스), 믹싱(거래 익명화), 불공정한 스마트 컨트랙트 사용 등이 있다. 이같은 이상 거래를 분석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법안과 인프라를 확대하고 정비해야 한다.

국제적 공조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국경이 없는 가상자산의 성격 때문에 불공정거래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테라·루나 사태만 하더라도 한국, 미국, 싱가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스위스 등 많은 국가가 관계돼 있다. 해외 정부 기관뿐 아니라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들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 맞춰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들도 국내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 중이라고 한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협력관계를 건설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면 효과적인 국제 공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육성 측면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가상자산 산업을 금융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도록 확장하는 것이다. 현재 가상자산법에서는 법안의 목적을 "가상자산시장의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으로, 범위를 "매매, 교환, 이전 또는 보관·관리"라고 하며 그 영역을 금융이라는 범주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상자산 산업은 더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블록체인 기술개발은 과학기술 서비스업으로 볼 수 있고, 가상자산 채굴산업은 제조업에, 블록체인을 검증하는 밸리 데이터 산업은 정보통신업에 들어갈 수 있다. 최근에는 대체불가토큰(NFT)이나 DAO(탈중앙화자율조직) 등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가 등장하며 가상자산 산업의 범위를 문화산업과 협동조합의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신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이라는 존재를 기존의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틀을 유연하게 넓힐 필요가 있다.


이번 가상자산법 통과는 시작점에 불과하다.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열린 마음과 변화를 주도하는 자세를 가지고 과정상 어려움과 도전에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 가상자산 생태계를 건전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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