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지난달 30일 '폭력조직 수노아파 하얏트호텔 난동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젊은 조폭들이 술집에서 회동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힘을 줘 다무는 등 분노를 애써 참고 있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신 검사가 해당 브리핑을 하는 모습이 갈무리된 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130만회를 돌파했다. /SBS 뉴스 캡처
통계를 보면 '그래도'라는 반박을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6~2021년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한 85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57명(53.5%)이 조사만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주가조작 혐의가 적발돼도 2명 중 1명은 재판조차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재판에 넘어가 징역형이 선고돼도 절반가량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막대한 부당이득을 거둔 이들이 손톱만큼의 대가만 치른 뒤 떵떵거리는 현실이 김 전 회장만의 얘기는 아니다. 말 그대로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제2, 제3의 주가조작 범죄로 봇물을 이룬다. 2019~2022년 금융위에서 불공정거래로 제재받은 643명 중 149명(23.1%)이 과거에 한 번 이상 고발·통보 또는 과징금 이상의 제재를 받은 전력자다.
얼마 전 조직폭력배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문신을 드러낸 채 "파이팅"을 외치며 단합대회를 하는 모습을 본 한 강력부 검사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였다. 영상의 당사자인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누군가 '저건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빡침'이라는 댓글 남겼던데 정확한 제 심정"이라고 말했다. 법망을 빠져나가 또다른 범죄를 꿈꾸는 주가조작 사범을 목격한 이들의 심정이 이와 다를까.
검찰은 지난 5월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를 정식 직제화한 데 이어 이달 말 가상자산합동수사단을 발족할 계획이다. 조직 신설과 인사를 앞두고 검찰 사정에 밝은 이들은 알만한 이름이 오르내린다. 신 부장검사는 "조폭들에게 하나의 경고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느 검사의 '깊은 빡침'이 주가조작 시장범죄 세력에도 경고가 되길. 그리고 더는 쌈짓돈을 털리는 이들이 없도록 새로운 해법을 찾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