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슬픈 구조조정

머니투데이 이학렬 금융부장 2023.07.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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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가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채권시장은 새마을금고의 채권 매도로 요동치고 있다. 그나마 새마을금고가 채권시장의 큰 손이 아니고 좋은 채권을 살 기회로 활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영향은 적은 모습이다.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권과 예·적금으로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 등은 수신 금리 경쟁을 우려한다. 2금융권은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경쟁으로 1년 내내 고비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예·적금 만기를 앞두고 또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사태는 점차 안정되고 있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보다 많은 6000만원을 새마을금고에 예금한 것과 은행권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6조원 규모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계약을 체결한 것이 통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무엇일까.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실제 연체가 발생하면서 상승한 연체율, 그리고 '정리'가 필요한 새마을금고의 합병 소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 PF와 연체율 상승은 새마을금고만의 이슈가 아니다. 특히 증권은 1분기말 부동산 PF 연체율이 15.88%로 높지만 새마을금고처럼 '뱅크런' 우려는 나오지 않고 있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인근 금고로 합병한다는 사실이 남는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연간 금고 2~3곳이 합병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구조조정'에 주목했다. 사태 진정에 정부가 연체율이 높은 금고를 대상으로 한 특별점검을 연기한 것이 영향을 미친 이유다.

결국 실적이 좋지 않은 금고 하나 구조조정을 한 것이 이번 사태로 커진 것이다. 그만큼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이다. 1순위로는 저축은행이 거론된다. 2011년 부동산 PF 부실로 한차례 구조조정을 했는데 지난 1분기 9년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10여년전 구조조정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분기말 기준 저축은행 PF대출잔액은 10조1000억원이고 연체율은 4.07%에 이른다. 또 금융당국이 관리중인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공동관리를 신청한 91곳 사업장 중 저축은행업권이 46곳으로 가장 많다.

사업성이 낮은 부동산 PF 사업장도 순차적으로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 대주단 협약을 통해 공동관리를 신청한 사업장은 5월 30곳에서 6월 61곳으로 급증했다. 그만큼 어려운 곳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 앞에는 더 '슬픈' 구조조정이 남아 있다. 바로 가계빚 구조조정이다. 지난해말부터 진행된 '고금리'가 가계빚 구조조정의 '메스'다. 과도한 빚을 줄이고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기업 구조조정은 인수합병(M&A) 등으로 해결되지만 가계빚 구조조정은 기업 구조조정과 다른 고통을 안겨준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금융감독원장 초청 금융소비자권익증진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가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다든가, 애들 학원을 끊어야 한다든가 등의 구조조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광화문]슬픈 구조조정


9월 위기설이 나온다.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이 끝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으면서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는 합리적인 분석에서 나온 위기설이다.

곪은 곳이 많다. 그동안 '돈'으로 연명치료했다. 한국경제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선 곪은 곳을 도려내야 하고 더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슬픔'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조금 덜 슬프게 구조조정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이복현 원장을 비롯해 추경호 부총리,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위원장 등 일명 'F4'라 불리는 우리 경제 당국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라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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