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스타트업과 연착륙하기

머니투데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공동대표) 2023.07.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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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공동대표/사진=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강훈식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공동대표/사진=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지?"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Chat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내가 입력한 첫번째 질문이었다. 챗GPT는 오만가지 역할을 알려주었지만, 그 중 눈에 내 눈에 확 들어온 것은 갈등을 잘 다뤄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챗GPT가 아는 것처럼 국회란 본래 갈등을 다루는 곳이라지만, 국회까지 오게 된 갈등들에는 정말이지 자주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이슈를 마주한다면 스스로 첨예한 입장들 한 가운데에 놓여질 것임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의 유행 이후로는 비대면진료의 도입이 단연 가장 뜨거운 전장 중 하나였다.

2022년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던 비대면진료는 최근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조정되며 중단되었다. 그러나 노인·장애인과 같은 약자들 뿐 아니라 통상적인 운영 시간 내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들,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 등이 비대면진료를 적극 이용하며 모든 국민의 의료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비대면진료 상시화와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비대면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느냐, 재진부터 허용하느냐 등 다양한 쟁점이 있었지만, 비대면진료의 핵심인 약배달 역시 큰 쟁점이 되었다. 우려는 마땅하다. 약물 오남용의 우려는 물론, 복약지도와 약국이라는 존재 자체까지 흔들리는 일이니 그렇다. 이에 비대면진료 스타트업과 약사회의 갈등이 첨예하다. 다만 곰곰 생각해보면, 생성형 AI마저 등장해 모두가 AI와의 경쟁을 준비하는 시점에 약을 배달해도 되느냐를 가지고 논쟁이 붙는 자체가 어색한 것이다.

약사업계에서도 챗GPT를 주시하고 있는데, 이내 따라잡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오류가 많지만 필요한 약에 대한 정보 제공과 복약지도 면에서 생성형 AI는 사실과 근접해 가고 있다. AI와의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배달 허용 여부 논의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은 아쉽다. 조금 늦출 수 있을지언정 새로운 시대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우리의 식문화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배달 앱(애플리케이션)도 수수료니, 광고니 부작용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전단지 시대로 돌아가자고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변호사 광고 플랫폼인 로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호사 업무의 내용 자체를 AI에 물어볼 시대가 머지 않았는데, 변호사 광고 플랫폼 운영 여부를 반대하고 또 스타트업은 방어하며 이렇게 에너지를 써도 되는 시점이 맞나 싶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게 있다. 지금이 그 거대한 전환의 시기다. AI 시대, 위협을 느끼는 전통산업, 우리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 인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쓸려 내려갈지도 모른다. 모두가 자신의 일자리가 대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가까스로 올라온 선진국의 위치 역시 거대한 전환을 앞서갈 마음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쉽사리 잃게 될 일이다. 추락과 경착륙이 두려운 시대, 열린 마음으로 스타트업들과 함께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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