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영아' 이 정도일 줄은…"위기의 임산부, 여기로" 핫라인 구축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3.07.1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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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르자 각 지방자치단체가 핫라인 구축, 광역전담기구 가동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도는 경제적 부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출산·양육을 포기하려는 위기 임산부를 위해 오는 10월까지 핫라인 구축하기로 했다. 군포시와 용인시에 있는 미혼모자기본생활시설에 24시간 핫라인을 개설할 예정이다. 핫라인은 언제든 상담이 가능한 긴급 직통 전화를 뜻한다.

제주도는 시와 교육청, 경찰, 의료기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아동 학대 관련 광역전담기구 가동을 검토하고 있고 인천시는 가정양육 아동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전수조사 대상을 기존 만 3세에서 만 3세 이하 전체 아동으로 확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부산시도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을 아동학대의 범주로 보고 인식 전환을 위한 부모 교육 확대 등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 병원, 시민단체 등 관련 기관과 협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 이후 매일같이 유사한 사건들이 보고된 데 따른 조치다.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들이 오히려 부모 등 가족에게 임신·출산 사실을 알리기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핫라인 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윤신 조선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나온 영아 범죄 판례 20건을 분석한 결과 영아 관련 범행 동기 중 '출산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다'가 12건으로 1위였다. 구체적으로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고 답한 경우가 7건이나 됐다.

연구팀은 "난처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해야 할 대상인 부모가 출산을 비밀로 남겨두기 위해 가장 멀리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영아 유기 범죄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지자체별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마련된 위기임신 상담 전화의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위기임신 핫라인은 여가부에 이미 있는데 아동과 위기 임신 문제는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다 보니 핫라인을 구축했어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곤 한다"며 "핫라인 체계를 하나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자체에서 핫라인을 구축하려면 방식, 내용 등을 통일해 동일한 상담을 하도록 한다"며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에 대해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하는 등 지자체선에서 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산관리번호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등록 아동에게 긴급 복지가 필요할 때 공공기관이 임시로 발급하는 번호를 말한다. 주로 미혼부 자녀, 혼외 자녀, 불법 체류자 부모를 둔 미등록 이주 아동 등이 대상이다.

기존에 임시 신생아 번호가 있긴 하지만 이 번호는 출생 후 12시간 안에 B형간염 예방접종을 한 영아에만 발급돼 미접종 아기는 대상에서 빠진다는 한계가 있다. 전산관리번호를 활용하면 병원 밖 출산, 미등록 이주 등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까지 발견할 수 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까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협조요청, 수사의뢰 등으로 통보받은 출생 미등록 영아 사례 1069건 중 939건에 대해 수사나 입건 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사망한 영아는 34명으로 전날 27명에 비해 7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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