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주택가격 대비 보증금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보증금은 경기 침체 시 임차인의 손실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임대인의 무리한 투자 유인으로 작용해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도 임대인에 관한 정보 부족, 보증금에 관한 안전장치 미비, 과잉 보증금에 관한 규제 미비 등 그동안 전세보증금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보증금 규모만 약 100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시장을 개인 간 거래라는 이유로, 서민의 주거 수단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제도권 밖에 방치해둔 셈이다.
사적 금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세는 정부의 지원 대상이지만, 안전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세자금 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70% 이상인 주택은 대출을 제한하는 등 금융 시스템을 통해 과도한 보증금을 규제해야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 지연 또는 손실 리스크는 채무자인 임대인에게서 발생한다. 리스크의 근원인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다. 주택 경기에 따라 다주택자 관련 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기보다 다주택자의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적 선택이다.
서민의 주거 수단인 전세를 정책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담스럽다. 하지만 전세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이번 기회에 관리 방안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조치들이 임차인의 주거 선택을 제약하거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억제하고 보증금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조치는 전세제도가 안정적인 주거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동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