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엘앤케이바이오 (9,780원 0.00%), 셀리드 (3,535원 ▼135 -3.68%), 피씨엘 (1,025원 ▼22 -2.10%), 진원생명과학 (2,340원 ▲5 +0.21%), 에스씨엠생명과학 (3,000원 ▼60 -1.96%), 클리노믹스 (1,726원 ▲106 +6.54%) 등 여러 바이오가 현재 주주배정 유상증자 절차를 밟고 있다. 증자 규모도 만만찮다. 진원생명과학의 유상증자 규모는 800억원을 넘는다. 셀리드는 증자로 400억원을 조달하는데 이는 현재 시가총액의 60%를 넘는 규모다.
더구나 올해는 국내 여러 바이오가 채무상환 우려에 노출되는 원년이다. 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2020~2021년 무차별적으로 발행한 전환사채(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한다. 최근 바이오의 유상증자 자금 사용 목적에 채무상환이 많은 이유다. 즉 주주들의 돈을 모아 빚 갚는 데 쓰겠단 말이다.
대규모 증자로 주주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는 보기 어렵다. 최근 증자를 결정한 보로노이를 제외하면 대다수 바이오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참여율이 높지 않다.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주주들은 어떤 마음일까.
바이오의 잇따른 유상증자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 역시 바이오에 있다. 한 예로 진원생명과학은 2020년부터 현재 진행 중인 유상증자를 합치면 시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돈을 조달한다. 이 기간 전환사채(CB)를 두 차례 발행했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네 번째다. 그동안 경영진은 막대한 보수를 받았는데 적자 행진은 멈출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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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기업이라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어려워해야 한다.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주주에게 손을 벌려 회생의 기회를 얻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바이오라면 더 그렇다. IPO(기업공개)를 통해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고 수년간 비용만 집행하며 수익 구조를 갖추는 데 실패한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
바이오는 달라진 모습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무분별한 비용 집행을 줄이고 경영진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돈을 벌지 못하면서 매번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경영진만 배부르다면 누구의 응원도 받을 수 없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본업에 매진해 성과를 내야 한다. 그게 고통받는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