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파요" 한마디로 좀비마약 7655개 모았다…불법 처방한 의사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3.06.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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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범정부 마약범죄특별수사팀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범정부 마약범죄특별수사팀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좀비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한 의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가 불법유통의 공급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27일 펜타닐 중독자 A씨(30)와 가정의학과 의사 B씨(59)를 구속 기소하고 정형외과 의사 C씨(46)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의사 B·C씨를 포함해 16개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 7655매를 쇼핑하듯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처방받은 패치를 타인에게 판매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펜타닐은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에 이르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약물로는 말기 암환자 등 극심한 통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강력한 진정작용으로 호흡기능을 저하시켜 과다복용을 할 경우 저산소증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치사량은 0.002g에 불과하다. 하지만 B씨와 C씨는 '허리디스크가 있다', '타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왔다'는 A씨의 말만 듣고 무분별하게 패치를 처방했다. 검찰은 최근 3년간 서울 지역 42개 병·의원에서 이뤄진 처방실태를 분석, 합동수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A씨에 대해 총 304회에 걸쳐 업무 외 목적으로 펜타닐 패치제 총 4826매의 처방전을 발급했다. C씨 또한 2021년 6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A씨에 대해 총 56회에 걸쳐 패치제 총 686매를 발급했다.

특히 A씨는 C씨로부터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 중 일부를 시중약국 판매가보다 7배 가량 높게 판매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 집행유예 선고가 확정됐고, 집행유예 기간에 펜타닐 불법매수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불법제조, 밀수된 펜타닐이 주로 유통되지만 국내에서 불법유통되는 펜타닐은 대부분 마약성 의약품으로 처방된 '펜타닐 패치'다. 국내에서도 필로폰 같은 전통적 마약류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거부감도 적은 펜타닐 패치가 10~20대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립과학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2020년 6명, 21년 13명, 22년 7명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하루에 최대 10매의 펜타닐 패치를 태워 연기를 흡입했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판매도 했다"며 "의사들의 무분별한 펜타닐 처방은 펜타닐 중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국내 펜타닐 불법유통의 공급원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기소된 병·의원뿐만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처방을 남발해 중독자를 양산하고 마약류 불법유통을 조장하는 일부 의료기관과 종사자들을 계속 수사해 엄정 처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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