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이기범 기자 leekb@
70억 계약금 내고도 매수 지지부진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 (20,700원 ▲450 +2.22%)은 지난해 5월 경기도 여주시 월송동 물류창고부지 인수를 위한 계약을 한 후 70억원의 계약대금을 납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GS리테일 측은 "매도자가 잔금지급을 위한 제반요건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했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의 악화로 (자금조달)상황이 여의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잔금지급이 계속 늦어지자 매달 약 1억6000만원의 이자비용을 지급하던 매도자 측이 이자를 일부 연체하면서 기한이익상실 통보를 받았고 해당 부지는 공매에 부쳐질 상황에 처했다.
매도자 측은 "본 PF를 통해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GS리테일의 말만 듣고 기다리다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는데 오히려 GS리테일은 기한이익상실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면서 반발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지난 8일에는 GS리테일에 대해 '대기업의 무기한적인 거래종결일에 대한 매매약정과 영세업자에게 과도한 이자부담을 전가했다'는 등의 내용증명을 발송해 향후 양측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도자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부지를 매수했는데 1년 이상 잔금을 받지 못하면서 대출 이자가 연체되는 등 금융권의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70억원의 계약금까지 냈지만 1년 이상 부지매매가 지지부진한 주된 이유는 물류창고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공급과잉 우려가 크다. 코로나19와 맞물려 2020년부터 너도나도 물류창고 사업에 뛰어들어 공급이 쏟아졌다. 상업용부동산 컨설팅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물류센터 공급은 역대 최대 규모인 657만9338㎡(196만평)로 예상된다. 2021년 연평균 공급량 204만9586㎡(62만평)의 3배 수준이다.
사업성도 나빠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비 인상과 함께 자금시장 경색으로 PF 자체가 쉽지 않고 금융 비용 증가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상승한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2011년 이래 최대치인 6.4%를 기록했다. 1분기 수도권 저온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30%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했다.
GS리테일은 여주 물류창고 부지 매수 진행 여부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공급과잉 리스크가 지나가면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수도권 물류센터 건축허가 면적은 올해 4월 345만844㎡를 기록했는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4월(856만4930㎡)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줄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PF 시장 경색으로 2024년부터 공급절벽이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물류창고 시장의 공급과잉 리스크는 막바지로 가고 있으며 2024년부터 공실이 점차 하락하고 임대료 인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