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직구'만 연 100조원…'5년새 2배' 된 中전자상거래 시장[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6.2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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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중국 상하이에 있을 때, 네모난 초록색 때타월을 찾아서 동네 슈퍼, 대형 마트 등 반경 5㎞ 이내에 있는 상점을 뒤진 적이 있다. 며칠 동안 찾아도 안 보여서 포기했다가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에서 검색했더니 있어서 바로 샀다. 때타월 가격은 2~3위안(약 300~500원)으로 저렴했고 택배비도 4위안(약 720원)에 불과했다.

필자가 뜬금없이 때타월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그때 때타월을 사면서 중국은 전자상거래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토면적은 960만㎢로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넓다. 이렇게 넓은 나라에서 전국 구석구석에 유통망을 갖추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대신 타오바오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서 상품을 판매하고 택배로 배송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게다가 중국은 노동력이 풍부해서 택배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당시 필자도 며칠을 찾았던 때타월을 택배비 4위안을 내고 받으면서 앞으로는 무조건 타오바오에서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폭풍 성장을 지속해왔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살펴보자.



2500조원에 달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1998년 마윈이 항저우에서 알리바바를 창립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막을 올렸다. 이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7배 넘게 불어나며 지난해 121조위안(약 2경1780조원)을 기록했으며 네티즌 수도 10억명을 돌파했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이렇게 커지고 네티즌이 증가하는데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중국인 '직구'만 연 100조원…'5년새 2배' 된 中전자상거래 시장[차이나는 중국]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2022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판매금액은 약 13조8000억위안(약 2484조원)을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4%로 둔화됐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 비대면 추세가 확산되면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하던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난해 다소 주춤해진 것이다.

다만 전자상거래를 통한 실물 상품 거래액은 6.2% 증가한 11조9600억위안(약 2153조원)을 기록했으며 중국 사회소비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24.5%)보다 2.7%포인트 증가한 27.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5년부터 한때 연 30% 넘게 성장하면서 지금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소비 전환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대신 중국 도시 곳곳에 있는 상가는 공실이 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경제가 발달한 동부지역의 비중이 지난해 83.9%에 달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상하이, 선전 등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개방에 나서면서 △징진지(베이징, 텐진, 허베이) 수도권 △상하이 주변의 장강삼각주 △선전이 포함된 주강 삼각주 등 동남연해 지역의 경제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내륙지역으로 볼 수 있는 중부지역(8.9%)과 서부지역(5.7%)의 전자상거래 비중은 낮았다.

중국인 '직구'만 연 100조원…'5년새 2배' 된 中전자상거래 시장[차이나는 중국]
중국 전자상거래의 품목별 거래금액 비중도 살펴보자. 지난해 의류·신발·모자 거래금액의 비중이 22.6%로 1위를 차지했으며 2~6위는 일용품(14.6%), 가전·음향제품(10.3%), 통신제품(7.5%), 식품(7.3%), 화장품(6.4%)이 차지했다.

중국 현지증권사인 광대증권은 의류·일용품처럼 표준화 정도가 비교적 높고 배송이 간단한 품목은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았고, 귀금속(쥬얼리)·신선식품처럼 표준화 정도가 낮거나 배송 요구사항이 까다로운 품목은 비중이 낮다고 분석했다. 대신 지난해 의약품, 귀금속 및 술·담배의 전자상거래 판매금액은 각 43.6%, 27.3% 및 19.1%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中네티즌의 해외직구에서 한국이 3위
중국인 '직구'만 연 100조원…'5년새 2배' 된 中전자상거래 시장[차이나는 중국]
우리나라에서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직구 및 역직구(해외소비자가 중국 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행위)는 중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경간 전자상거래 전체 금액은 9.8% 증가한 2조1100억위안(약 380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수출이 1조5500억위안(약 279조원)으로 수입(5600억위안, 100조원)을 압도했다. 중국이 수출 대국인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국경간 전자상거래 수입 시장에서는 일본(11.6%), 미국(11.1%)에 이어 한국(6.7%)이 3위를 차지했다. 원산지 비중으로 분석한 결과인데,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 의류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의 국경간 전자상거래 품목별 수입금액 비중을 보면 화장품(38.5%), 식품(21.9%) 및 의류(12.5%)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중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핀둬둬 등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는 중국 시장이 포화되는 기미를 보이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알리익스프레스도 가격이 싸지만, 긴 해외배송시간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최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핀둬둬는 지난해 9월 북미에서 테무(Temu)라는 앱을 출시하고 다양한 저가 상품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21년 기준 중국 3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징동, 핀둬둬의 총거래액(GMV·Gross Merchandise Value)은 각 7조8000억위안(1404조원), 3조3000억위안(594조원) 및 2조4000억위안(432조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성장한 이들 기업이 중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해외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향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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