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됐는데 다시 상장? 오상헬스케어를 둘러싼 불안한 시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6.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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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됐는데 다시 상장? 오상헬스케어를 둘러싼 불안한 시선


과거 회사 임원의 횡령·배임과 회계 문제로 증시에서 퇴출됐던 체외진단키트 업체 오상헬스케어가 코스닥 재상장에 나선다. 상장폐지의 원인이 됐던 내부통제 문제는 해결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지만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최근 증시에서 회사의 내부통제 문제로 인한 거래정지 사례와 주가조작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과거 문제가 있었던 기업이 다시 상장하는 게 불안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횡령, 배임…스타 벤처인 몰락에 회사도 나락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상헬스케어는 이달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하고 코스닥 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2016년 상폐된지 7년만에 재입성 도전이다.

앞서 오상헬스케어는 2021년에도 재상장을 추진했으나 예비심사 단계에서 거래소로부터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상폐 당시 문제가 됐던 감사 의견거절이나 경영진 횡령 등의 우려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상폐의 발단은 경영진의 횡령·배임이었다. 당시 사명은 인포피아였는데 2016년2월 박권 상근감사가 이봉억 대표이사 외 5인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주권 거래가 정지됐다. 이 대표 등이 자사주 임의처분과 회사자금 무단인출 등의 방법으로 552억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2016년8월 인포피아 창업주인 배병우 회장과 기업사냥꾼 4명, 변호사 1명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회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채권 회수가 불가능한 업체에 의료기기 수출을 강행해 회사에 부실채권140억여원 가량을 발생시켰다. 회사 경영이 악화되자 무자본 M&A(기업 인수·합병) 세력에 회사를 넘기며 자사주 25만주를 임의처분해 회삿돈 4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었다.


1996년 회사를 설립한 배 전 회장은 회사를 강소기업으로 키워내며 '스타 벤처기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2010년 히든챔피언, 2011년 월드클래스 300 등 정부의 육성사업에 선정돼 100억원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스타 벤처인의 몰락에 회사의 명성은 한 순간에 금이 갔다. 결국 외부회계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고 2016년5월 증시에서 퇴출됐다.

코로나19 특수에도 실적은 들쑥날쑥…매출 다각화 관건

경영진 이슈로 회사가 혼란한 사이 오상그룹이 새로운 주인으로 나타났다. 거래정지 상태였던 2016년2월 코스닥 상장사 오상자이엘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포피아 지분 17.74%를 1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됐지만 오상그룹은 오히려 정리매매 기간 장내매수로 69억원 어치를 추가 매입해 지분 23.87%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유상증자 가격은 주당 5270원, 정리매매 시 장내매수 단가는 주당 2000~3000원선이었다. 2016년 초 인포피아 주가가 1만원 초반대였음을 감안하면 반값보다 싼 가격으로 문제가 된 기업을 '줍줍'한 셈이다.

오상그룹에 인수된 이후 사명을 현재 오상헬스케어로 바꿨다. 기업 체질개선과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치는 중 코로나19 특수를 만나며 실적은 급격히 개선됐다. 회사의 체외진단키트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조·판매하면서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0% 증가한 258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코로나19 관련 매출이 77%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1607억원으로 이익률은 62%에 달했다.

코로나19 덕분에 살아난 회사는 현재 코로나19 진단키트에 편중된 사업구조 때문에 오히려 상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시장 주요 상장 요건 중 하나는 이 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매출 유지로 계속기업으로서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된 현 시점에서 오상헬스케어는 매출구조를 다각화하지 않으면 다시 이전처럼 매출이 쪼그라들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기간 중에도 오상헬스케어의 매출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2021년 매출액 1323억원, 영업손실 71억원으로 실적이 전년 대비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에는 다시 매출액 1939억원, 영업이익 493억원으로 회복했다.

진단키트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여러움을 겪는 건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광학렌즈 사업을 하던 디지탈옵틱은 2021년 노블바이오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노블엠앤비 (411원 ▲12 +3.01%)로 바꾸고 진단키트 사업에 진출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노리고 렌즈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해 매출액은 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8%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0억원으로 더 줄어들었다. 노블엠앤비는 뒤늦게 차량용 졸음방지 장치와 AR(증강현실) 글라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 했으나 지난 4월 감사 의견거절을 받고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마찬가지로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엑세스바이오, 랩지노믹스 등 진단키트 업체 대부분이 코로나19 종식 이후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과거 문제가 있었던 기업을 다시 상장시키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이화그룹 등 일부 기업들의 경영진 문제로 인한 거래정지와 CFD(차액결제거래) 계좌를 이용한 주가조작 사건 등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더 커진 상태다.

오상헬스케어 관계자는 "내부통제 문제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4개 위원회 구성과 감사위원회 도입 등으로 해결했다"며 "인포피아 창업주인 배 전 회장은 언급된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를 야기한 전 경영진과 현재 경영진은 다른 주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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