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서 왜 혼자 급발진했나, "미안합니다" 뒤늦게 후회한 신입 이방인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2023.06.2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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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빨간색 네모)이 지난 16일 잠실 두산-LG전에서 벤치클리어링에 적극 가담한 가운데, 두산 고영민 코치와 LG 아담 플럿코가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김우종 기자오스틴(빨간색 네모)이 지난 16일 잠실 두산-LG전에서 벤치클리어링에 적극 가담한 가운데, 두산 고영민 코치와 LG 아담 플럿코가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김우종 기자


한국과 미국의 벤치클리어링 문화는 조금 달랐다. 나 홀로, 물론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급발진'했던 이방인. LG의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0·미국)이 뒤늦게나마 "두산 선수단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후회의 뜻과 함께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LG 트윈스의 복덩이' 오스틴이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 도중 일어난 벤치클리어링 뒷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두 팀이 4-4로 팽팽히 맞선 7회초. 1사 1, 3루에서 LG 유영찬의 2구째 속구가 두산 양석환의 왼쪽 발목을 때렸다. 고의로 맞힐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후 LG 포수 박동원과 양석환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양 팀 선수단이 모두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며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띈 건 오스틴이었다. 오스틴은 유독 전투적인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와 벤치클리어링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혼자 감정이 폭발해 마치 싸울 듯한 기세로 달려든 오스틴. 그러나 그의 뒤에는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다행히 더 큰 충돌 없이 벤치클리어링은 마무리됐다.

LG 오스틴(오른쪽)과 그의 아들.LG 오스틴(오른쪽)과 그의 아들.
오스틴은 당시 벤치클리어링 상황에 대해 "팀원을 위해 헌신할 마음을 늘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간혹 그런 모습이 나오곤 하는데, 미국서도 마찬가지였다. 팀원들을 지켜줄 자세와 함께 때로는 열정적이고, 또 때로는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다만 저는 싸움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상대 타자인) 양석환이 분명 아픈 부위에 공을 맞아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우리 팀 투수(유영찬) 역시 사과를 했다. 또 고의가 아닌데 그런 식으로 나오길래, 나도 모르게 빨리 (벤치를 박차고) 나가 (유영찬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벤치클리어링 문화는 한국과 다르게 매우 살벌하다. 때로는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밖에 없는 한국과 문화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질 경우, 양 팀 베테랑들이 가장 앞장서 중재에 나서는 편이다. 이번에도 두산에서는 양의지가, LG에서는 김현수가 각각 나서 사태를 조기에 진화했다.

오스틴은 "저 역시 같은 야구 선수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다. 사실 KBO 리그의 벤치클리어링 문화를 몰라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한 측면도 있다. 이번 기회를 빌려 두산 선수단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은데, 받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다음에는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해도 이번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제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번에는 잘 몰라서 감정이 많이 표출된 것 같다"고 전했다.


순간적으로 흥분한 오스틴을 말린 건 바로 'KBO 리그 2년 차' 선배 외국인 아담 플럿코였다. 오스틴은 "내가 더그아웃을 박차고 뛰쳐나갔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아 질질 끌더라. 순간적으로 '감히 누가 나를 끌고 갈 만큼 덩치가 크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플럿코더라. 그를 쳐다보면서 '음. 플럿코라면 나를 끌어낼 만하지' 하고 생각했다. 벤치클리어링을 마치고 플럿코와 '질질 끌려 나온 것'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또 다음 날에는 다른 팀 동료들이 벤치클리어링 때 그렇게까지 격분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 다음에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갈 것"이라고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오스틴(오른쪽)과 아담 플럿코. 오스틴(오른쪽)과 아담 플럿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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