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빨간색 네모)이 지난 16일 잠실 두산-LG전에서 벤치클리어링에 적극 가담한 가운데, 두산 고영민 코치와 LG 아담 플럿코가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김우종 기자
'LG 트윈스의 복덩이' 오스틴이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 도중 일어난 벤치클리어링 뒷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두 팀이 4-4로 팽팽히 맞선 7회초. 1사 1, 3루에서 LG 유영찬의 2구째 속구가 두산 양석환의 왼쪽 발목을 때렸다. 고의로 맞힐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후 LG 포수 박동원과 양석환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양 팀 선수단이 모두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며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LG 오스틴(오른쪽)과 그의 아들.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벤치클리어링 문화는 한국과 다르게 매우 살벌하다. 때로는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밖에 없는 한국과 문화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질 경우, 양 팀 베테랑들이 가장 앞장서 중재에 나서는 편이다. 이번에도 두산에서는 양의지가, LG에서는 김현수가 각각 나서 사태를 조기에 진화했다.
오스틴은 "저 역시 같은 야구 선수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다. 사실 KBO 리그의 벤치클리어링 문화를 몰라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한 측면도 있다. 이번 기회를 빌려 두산 선수단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은데, 받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다음에는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해도 이번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제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번에는 잘 몰라서 감정이 많이 표출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순간적으로 흥분한 오스틴을 말린 건 바로 'KBO 리그 2년 차' 선배 외국인 아담 플럿코였다. 오스틴은 "내가 더그아웃을 박차고 뛰쳐나갔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아 질질 끌더라. 순간적으로 '감히 누가 나를 끌고 갈 만큼 덩치가 크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플럿코더라. 그를 쳐다보면서 '음. 플럿코라면 나를 끌어낼 만하지' 하고 생각했다. 벤치클리어링을 마치고 플럿코와 '질질 끌려 나온 것'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또 다음 날에는 다른 팀 동료들이 벤치클리어링 때 그렇게까지 격분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 다음에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갈 것"이라고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오스틴(오른쪽)과 아담 플럿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