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보령 회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보령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올해로 92세, 제약업계 1세대 경영인인 그는 "새롭게 도전할 힘은 함께 걸어온 기억의 길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소 낡은 소파가 그의 인생을 대신 말해 주는듯 하다./사진=김휘선 기자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약기업 보령의 본사 김승호 회장실. 2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었던 구순(九旬)을 훌쩍 넘은 경영인의 눈빛은 '청년'이란 단어엔 가벼운 요동이 있었다.
학도병으로 참전한 한국전쟁, 전후 종로 5가에 맨손으로 일군 보령약국, 보령약국을 연매출 8000억원에 이르는 한국 대표 제약기업 '보령'으로 일으킨 66년간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이어진 인터뷰의 마지막 화두는 '오늘을 사는 청년들의 삶'이었다. 잠시 흔들린 눈빛을 다잡은 김 회장은 "노력하면 된다는 (뻔한) 훈수를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결국 지금과 다른, 못먹던 시절의 얘기를 다시 꺼냈다"면서도 "사람은 가진게 있어서가 아니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나누며, 새로운 도전을 할 힘도 그렇게 함께 나누고 극복한 기억을 통해 생긴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977년 수해를 입은 안양공장과 안양공장 복구 작업에 나선 보령 직원들의 모습. 직원들의 단결과 정부, 제약업계의 도움으로 3달만에 공장이 재가동됐다./사진제공=보령
1977년 수해를 극복한 김 회장은 그해 창립 기념일에서 직원들에게 '청년 보령' 선언을 했다. "함께 이겨내야 진정으로 이긴 것입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 청년입니다. 당시 시련을 딛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니 모두 청년이었고, 지금도 그 마음 그대로이니 여전히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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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도전이 없으면 미래가 없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라며 "그리고 새롭게 도전할 힘은 함께 걸어온 기억의 길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양보도 해야합니다. 얼핏 손해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보십시오. 결과는 놀랍습니다. 내가 1%를 양보하면 수많은 1%의 양보가 100%, 200%로 돌아옵니다. 그 길을 함께 갑시다."
2019년 새로 지은 예산캠퍼스 생산동에 재설치된 안양공장의 통석 계단.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청년의 마음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다./사진제공=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