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 줄)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과 국회의원을 비롯해 간호조무사 500여 명이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철폐'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시험에 응할 수 있는 자격에서 학력 제한을 폐지하려는 간호조무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80조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의 응시 자격은 △특성화고등학교의 간호학과를 졸업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 학력 인정자로서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 과정을 이수한 사람 등이다. 이들은 '특성화고가 아닌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 전문대나 4년제 대학교에서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해도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간호조무사 양성학원을 새롭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 '양질의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 전문대에서 간호조무학을 배우고 싶지만, 전문대에 간호조무과가 없어 선택권마저 없다는 점' 등을 들며 법적 응시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간호조무사와 국회의원들이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인사말을 하는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토론회는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 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 황성완 백성예술대 보건행정학 교수, 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실장, 김시영 아시아투데이 의학전문기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하지만 토론회가 시작하자마자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발언 순서를 맨 앞으로 바꾸며 발언 후 곧바로 퇴장했다. 참가자 상당수는 "토론자들의 목소리가 복지부에 전달될 기회가 사라졌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좌장을 맡은 김순례 전(前) 국회의원도 "간호조무사협회는 오늘 토론회의 속기록을 복지부에 꼭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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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토론자에는 대한간호협회, 간호조무사 양성기관 측 패널이 아무도 없어 '반쪽짜리' 토론회가 됐다는 빈축도 샀다. 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는 "오늘 이 자리에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다양한 직역이 함께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현행 의료법이 가진 문제점 중 왜 학력 제한이 문제 되는지 직역 간 논의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간호조무사 양성기관 측은 전문대 내 간호조무과 개설을 반대해왔다. 특성화고교 출신의 간호조무사가 차등 대우를 받을 것이고,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인 특성화고교와 사설학원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또 일반 전문대나 4년제 대학교를 나왔어도 간호조무사가 되고 싶으면 얼마든지 사설학원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굳이 전문대에 간호조무과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과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시작 전. 임강섭(오른쪽에서 두 번째)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토론회 첫 발언 후 일정상의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사진=정심교 기자
하지만 당시 복지부가 국제대 간호조무과 신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12년 1월 20일, 복지부는 전문대학 간호조무과 졸업자에게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간호조무사 등 규칙' 일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당시 복지부가 개정안을 제출한 핵심 이유는 두 가지였다. △전문대학을 통한 간호조무사 양성은 현재의 양성체계 전반의 개편이 필요한 사항이며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복지부가 간호조무 인력 양성 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전문대 내 간호조무과 신설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토론회에서 첫 발언을 시작하는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사진=정심교 기자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수요가 있다면 대학에서도 간호조무학 과정이 열릴 것"이라며 "간호조무사에게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기회 자체를 국가가 법·제도로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 과장은 "다만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오고, 특성화고교나 간호조무사 양성 학원 등이 간호조무사 양성에 기여해온 게 있어 그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들이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철폐를 왜 반대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은 해봐야 한다. 같은 논의 테이블에서 얘기 나눠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임 과장은 이어 "현행 간호인력 체계에서 간호사, 전문대 출신 간호조무사, 고졸 출신 간호조무사가 있다면 합리적 차등을 어떻게 둘지 그림을 그려놓고, 그 그림 내에서 논의하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합리적이면서 바람직한 방향을 찾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도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을 철폐하는 데 동의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모든 의료서비스를 의사에게 다 받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므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는 게 마땅하다"며 "(간호조무사의) 전문성이 향상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