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퇴직시 100억?, 없애자"…진원생명과학 주주 뿔났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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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임시 주총서 주주제안 계획
황금낙하산 삭제, 소수주주측 감사 선임 추진
올해 818억원 유증 추진…1년여만 추가 자금조달

진원생명과학 소수주주들이 '대표가 임기 중 해임할 경우 1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를 추진한다. 잇단 유상증자, 대표이사의 고액 보수 등에 반발해 주주행동을 예고한 것이다. 진원생명과학은 2020년 이후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3200억원 넘는 자금조달을 추진했다. 이 기간 대표이사가 받은 보수는 총 296억원에 달한다.

1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 (2,380원 ▼25 -1.04%) 소수주주들은 올 하반기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에 나서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안건 통과를 위해 우호 지분도 모으고 있다. 김재천 진원생명과학 주주협의체 대표는 "주주들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이사 선임, 상근감사 선임 등 안건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결의되지 못했다. 현 등기임원 모두의 임기가 만료된 만큼, 회사는 올 하반기 주총을 열고 이사 선임 등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대표 퇴직시 100억?, 없애자"…진원생명과학 주주 뿔났다


진원생명과학 소수주주들이 회사에 요구하려는 안건은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정관 변경'과 '소수주주 측 감사 선임'이다. 진원생명과학 정관을 보면 이사의 보수한도는 연간 500억원이고, 임기 중 해임시 퇴직금 외 보상액을 지급해야 한단 내용이 명시돼있다. 구체적으로 △임기 중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 인해 그 의사에 반해 해임되는 경우 △임기 중 비자발적으로 사임하는 경우 △사유를 불문하고 임기 중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해임되는 경우다. 보상액은 이사 60억원, 대표이사 100억원이다.

김 대표는 "대표 해임시 퇴직금 외 보상액을 100억원 지급해야 한단 조항은 악법"이라며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관 변경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이고, 감사 선임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 보통결의 사안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7.95%로 낮고, 소액주주 지분율이 92.05%로 높다. 소수주주 측 안건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경우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회사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가 도화선이 된 반발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최근 818억원 규모 유증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이후 6번째 추진하는 자금조달이다. 그 동안 회사는 유증으로 △2020년 1월(납입일 기준) 198억원 △2020년 7월 764억7500만원 △2021년 9월 1137억6000만원을, 전환사채 발행으로 △2020년 11월 240억원 △2022년 4월 117억원을 조달했다. 총 2457억3500만원 규모다. 이번 유증까지 성공하면 지난 3년 진원생명과학이 조달하는 자금은 총 3275억3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사안인 만큼,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오랜 적자, 박영근 대표이사의 보수 수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진원생명과학은 2004년부터 작년까지 18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올 1분기도 영업손실 132억원을 기록하면서 19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대표 퇴직시 100억?, 없애자"…진원생명과학 주주 뿔났다
이러한 결과에도 박 대표 보수는 제법 높은 액수로 책정돼왔다. 진원생명과학에서 2018년 23억원, 2019년 18억원, 2020년 41억원, 2021년 68억원, 2022년 56억원, 올 1~5월 19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이다. 특히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박 대표가 자회사인 VGXI로부터도 매년 수십억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박 대표는 VGXI 대표도 맡고 있다. 두 회사 급여를 합산하면 박 대표가 받은 보수는 2018년 38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 100억원, 2022년 94억원, 올 1~5월 21억원이다.


박 대표에 책정된 보수는 진원생명과학 영업적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급여도 영업이익 산출 전 차감하는 비용(판매·관리비)이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당사의 판매·관리비 중 급여가 가장 많은 비용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당사는 지속적인 영업적자로 급여, 연구개발비 등 과부족한 운영자금을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해 대체해왔고, 조달한 자금 중 일부는 이사 및 감사의 보수 및 급여 등의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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