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잡이 '동물 상임위' 사라지더니 이젠 '식물 상임위'?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유승목 기자, 안채원 기자 2023.06.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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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1년 남은 21대 국회③

편집자주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3년이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함께 여야가 공수를 교대한 지 1년. 국회의 풍경은 상전벽해가 됐다. 21대 국회의 지난 3년을 되짚고 남은 1년을 전망해본다.

멱살잡이 '동물 상임위' 사라지더니 이젠 '식물 상임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년여 간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수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야 간 정쟁이 극으로 치달으면서다.

국회의원들이 실질적으로 법안을 논의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 개최 건수도 20% 넘게 줄었다. 이른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동물 상임위'가 사라진 대신 법안 처리 기능이 떨어진 '식물 상임위'가 자리를 채웠다는 지적이다.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열린국회정보 정보공개포털, 국회 사무처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년(2022년 5월~2023년 5월) 동안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는 총 229회 열렸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2017년 5월~2018년 5월) 동안 열린 법안소위 횟수(293회)보다 21.8% 적은 수준이다. 다만 상임위 전체회의는 지난 1년간 총 406회가 열려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열린 횟수(356회)보다 14% 늘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상임위에서 실질적으로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법안소위"라며 "각 상임위에서 여야간 일정합의가 잘 안되면서 개최건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국회 보좌진은 "법안소위가 열린 횟수도 줄었지만, 원래 하루 종일 열리던 법안소위가 반나절 만에 끝나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실제 법안 심사가 (예전만큼) 잘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멱살잡이 '동물 상임위' 사라지더니 이젠 '식물 상임위'?
실제로 각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처리된 법안은 크게 줄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년여 간 처리된 법안 수는 653건(2022년 5월1일∼2023년 5월31일)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처리된 법안 수(875건)보다 222건(25.4%) 적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경우 지난 1년간 56건,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간 67건이 처리됐다.

지난 1년간 국회에서는 법안 처리 여부를 놓고 국회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이른바 '동물국회' 사태와 같은 극단적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국회 상임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법안만 처리된 것이다.

지난 2019년 4월25일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2건의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국회 의안과를 찾았으나 이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물리적으로 저지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에는 고성과 멱살잡이, 인간 띠, 밀고 당기기 등이 난무했다. 이같은 모습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7년 만에 국회에서 연출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약 1년간의 법안 처리율을 보면 총 6718건의 발의 법안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418건으로 6.2%에 그쳤다. 반면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간의 경우 발의된 법안 6825건 가운데 622건, 즉 9.1%가 처리됐다.

개별 상임위 별로 살펴보면 2017년 당시 분리되지 않았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제외한 16개 상임위 중 12개 상임위에서 법안소위 개최 건수가 줄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상임위는 정보위원회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간 9차례 열렸던 법안소위는 현 정부 들어 단 한차례만 열렸다.

이 밖에도 △운영위원회(11회→3회) △정무위원회(21회→15회) △기획재정위원회(28회→18회) △교육위원회(18회→12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12회→10회) △외교통일위원회(11회→5회) △국방위원회(11회→5회) △행정안전위원회(23회→22회) △보건복지위원회(15회→9회) △환경노동위원회(31회→18회) △여성가족위원회(11회→4회) 등에서 법안소위 개최 건수가 줄었다. 단 교육위원회의 경우 당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다가 2018년 7월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분리된 것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법제사법위원회(14회→22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16회→17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19회→21회) △국토교통위원회(18회→30회) 등은 법안소위 개최건수가 늘었다.

전체회의의 경우 국방위(19회→16회)와 운영위(17회→11회), 보건복지위(21회→20회)에서 개최건수가 줄었다. 나머지 13개 상임위는 전체회의 개최 건수가 증가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여소야대 구조가 법안 처리율이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통령도 반대쪽과 (대화를) 풀어가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야당이 여러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 사생결단으로 나서고 본인들 지지층 결집에 힘쓰는 시점"이라며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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