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되면…투석 환자 사망률, 콩팥 문제없는 환자보다 5배↑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06.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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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되면…투석 환자 사망률, 콩팥 문제없는 환자보다 5배↑


신장(콩팥) 기능이 나빠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신장 기능은 문제없지만 다른 질환이 있는 일반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보다 병원 내 사망률이 5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원 내 사망을 포함해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치료 중 한 가지 이상이 발생한 복합결과(composite outcome) 수치는 3.5배나 높았다.

대한신장학회 코로나19 대응팀 소속 박혜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최근 대한신장학회 공식 학술지에 '국내 혈액투석 환자들의 코로나19 관련 임상 양상과 예후'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박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신장내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6개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혈액투석 환자 380명의 임상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후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정상 신장 기능을 가진 환자와 혈액투석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양상 및 예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혈액투석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은 22.4%로, 신장 기능이 정상이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일반 환자의 5배가 넘었다. 또 혈액투석 환자군과 일반 환자군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나이, 성별을 성향 점수 매칭 방법(propensity score matching)을 사용해 보정했더니 일반 환자보다 혈액투석 환자의 병원 내 사망 위험도는 2.1배 높았다. 같은 방법으로 병원 내 사망,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치료를 포함한 복합결과를 비교할 경우 혈액투석 환자의 복합결과는 일반 환자의 3배 이상이었다.



연구팀이 코로나19 확진 혈액투석 환자 중 사망까지 이른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고령이면서 호흡곤란이 더 많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요양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았을 가능성도 더 높았다.

우리나라 말기 신부전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중증도도 심해지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혈액투석 등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 환자 수는 2011년 6만3341명에서 2021년 12만7068명으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말기 신부전 환자가 늘면서 투석 환자의 건강 관리도 조명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예후를 정밀히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이 논문은 신장내과 전문의의 치료 계획 수립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 지침의 근거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혜인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은 끝나가지만, 투석을 진행하는 인공신장실에는 여전히 다양한 감염 위험이 상존한다"며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이후에도 투석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 될 수 있는 병원 내 감염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기 코로나19 대응팀 위원장(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투석 환자들은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동반 질환이 많고 면역력이 저하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투석 환자들은 더 철저한 방역 조치 및 개인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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