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주유소 개별 입찰을 통해 농협이 별도로 기름 물량을 확보하게 하고, 이를 농촌 구석구석까지 원활하게 공급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겨울철이 되면 산간벽지를 중심으로 난방유 등이 부족한 일이 잦았던 현실을 농촌 곳곳에 위치한 농협주유소를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렇게 오르는 기름 가격과 공급 안정성 중 무엇이 중요한가가 잣대가 될 수 있다"며 "일정 수준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국민 편의를 위해 공급 안정성을 우선할 지 여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알뜰주유소 제도 개선 자체에 더 주목한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국민의 유류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후 공급기간 정도에만 변화를 줘왔다. 일반주유소 대비 리터(ℓ) 당 약 30원 정도 싼 가격에 기름을 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2019년부터 알뜰주유소에 최저가로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계약은 오는 8월 끝난다.
알뜰주유소는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기름을 공급해왔지만, 주유소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 요인으로 지목받아 왔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일부 업주들에게만 사실상 특혜를 주는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 주유소는 최저가로 기름을 공급받은 알뜰주유소와 경쟁하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주유소 줄폐업으로 이어졌다.
주유소 숫자가 줄어들면 국내 판매 루트가 줄어든 정유사 공급가격은 올라간다. 알뜰주유소와 가격격차가 벌어지며 다시 주유소 수익구조가 나빠진다. 시장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가격 인상' 가능성을 무릅쓰고 공급망 안정화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이지만 더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가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