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6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이달 말 진행할 알뜰주유소 입찰을 기존 석유공사·농협 공동구매에서 각기 '개별 입찰'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매만지고 있다.
문제는 개별입찰을 진행할 경우 전국 알뜰주유소 기름 가격이 소폭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유사들은 대량공급 할수록 할인율을 높이는데, 개별 입찰을 하면 자연스레 공급량이 줄어든다. 공동 입찰로 1만원에 받아오던 기름 양을, 개별 입찰을 통해 석유공사와 농협이 절반씩 받게 되면, 각 5500원씩 총 1만1000원에 공급받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알뜰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도 오르게 된다.
산업계는 알뜰주유소 제도 개선 자체에 더 주목한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국민의 유류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후 공급기간 정도에만 변화를 줘왔다. 일반주유소 대비 리터(ℓ) 당 약 30원 정도 싼 가격에 기름을 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2019년부터 알뜰주유소에 최저가로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계약은 오는 8월 끝난다.
알뜰주유소는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기름을 공급해왔지만, 주유소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 요인으로 지목받아 왔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일부 업주들에게만 사실상 특혜를 주는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 주유소는 최저가로 기름을 공급받은 알뜰주유소와 경쟁하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주유소 줄폐업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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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숫자가 줄어들면 국내 판매 루트가 줄어든 정유사 공급가격은 올라간다. 알뜰주유소와 가격격차가 벌어지며 다시 주유소 수익구조가 나빠진다. 시장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가격 인상' 가능성을 무릅쓰고 공급망 안정화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이지만 더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가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