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저서 '이건희 에세이-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해외에서 간담회를 가진 것은 국내라는 우물을 벗어나 세계를 보자는 뜻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동안 그는 1800명과 350시간 대화했고, 사장단과는 800시간에 걸쳐 토의했다. 밤 8시에 시작한 간담회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계속됐다.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한국의 대기업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반도체-스마트폰-TV 및 가전'으로 짜여진 삼성전자의 황금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더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삼성전자 사업부문들은 시기에 따라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하며 전사 실적을 이끌어왔지만, 10년 이상 지속된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의 인수합병(M&A)도 사실상 멈춰섰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약 9조4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형 M&A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획기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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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6.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회장의 신경영을 돕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콘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현재 △사업지원TF(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TF(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1위 기업 집단으로 규모가 방대한 만큼, 계열사간 업무 조정 및 시너지 제고를 위해 이를 제대로 관리·조정할 상시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의 TF조직으로는 방대한 그룹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다"며 "이 회장의 새로운 경영을 도울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수종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선포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고객사를 늘리는 등 업계 1위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바이오 사업도 이 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변화에 유연한 조직 만들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삼성은 임원들의 리더십 점검에 나섰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차세대 경영자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움직임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후 공항에서 "시장에 여러가지 혼돈과 불확실성이 많다"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진행된 차세대 경영자 양성 교육 과정에 리차드 스미스 핑커턴 재단 최고경영자(CEO)를 초청, 차세대 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마인드셋과 리더십 향상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