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 中 "옛 포도주를 새 병에… 말장난"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6.0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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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 "中 억제 본질은 그대로" 냉소적

지난 4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사진=블룸버그지난 4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사진=블룸버그


미국이 대중 프레임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화)으로 전환했지만 중국 내에선 포장만 바꿨을 뿐 중국에 대한 억제 정책엔 변화가 없다는 냉소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리스킹은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대중국 무역과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나기 위해 처음 사용하면서 주목받은 용어다. 미국도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중 전략의 통일성을 보여주기 위해 우방과 함께 디리스킹을 내세우면서 대중 정책 기조가 변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안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탈위험화)를 추구한다"며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전략 전환을 드러냈다. 설리번은 지난 4월에도 "대중 수출제재는 미국과 우방의 기술이 미국에 적대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디리스킹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디리스킹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노력이 완화된 듯한 느낌을 줄 뿐, 기본 전략엔 차이가 없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갈라진 틈을 복구하지 못할 것이며 대중 전략에 대한 유럽연합과 미국의 의견 불일치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언급했다.



미국 비영리재단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중국 전문가 베이츠 길은 "(디리스킹은) 미국의 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나타내며 이는 부분적으로 디커플링이 실용적이지 않으며 디리스킹이 미국과 우방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더 정확하게 나타내는 용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리스킹은) 디커플링보다 더 영리한 단어다. 누가 리스크를 줄이기를 원치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이 유럽우방들에게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요구할 경우,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기만적이며 "오래된 포도주를 새 병에 담고 있다"며 미국 대중전략의 목적은 '여전히 다른 나라를 강요해서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딩이판 전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 겸 타이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디리스킹은 미국의 '공격적인' 디리스킹보다 방어적"이라며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변하지 않았고 전술적·수사적 변화만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명백히 꿰뚫고 있고 (디리스킹에 대한) 어떤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기술자립이라는 우리의 발전 방향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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