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른 쥐꼬리 월급...퇴사 꿈꾸는 2030에 건네는 '엄마의 조언'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3.05.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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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 이사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 이사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 이사


회사원 이모씨(29)의 올해 연봉은 70만원(2%) 올랐는데 작년 물가는 5% 뛰었다. 실제로는 작년보다 월급이 줄어든 것이다.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즐길 것)를 꿈꿨는데, 현실은 아직도 학자금 대출 상환 중이다. '이놈의 회사 언제 때려치나' 한숨이 푹푹 나온다.

오늘도 퇴사를 꿈꾸며 청약통장에 월 10만원을 넣는 2030들에게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 이사(46·사진)는 "월급을 우습게 보지 마라", "함부로 퇴사하지 마라",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마라"고 조언한다. 그는 여성 증권맨이 드물던 2002년 여의도 증권가에 입문해 22년을 근속한 베테랑 현직 애널리스트다.



스물 한 살 때 어머니께서 악성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뒤 박 이사는 두 동생을 돌보며 혼란과 방황 속에 20대를 보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나이, 마흔 여섯을 맞았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어머니의 부재를 느꼈던 그는 딸을 위해 애널리스트로 살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은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애널리스트 경력 22년차에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첫 책을 쓴 이유다.

"2030 돈 모으기 좋은 시기...월급을 우습게 보지 마라"
재테크라고 하면 흔히 주식·채권·부동산·코인을 떠올리지만 박 이사는 '매달 받는 월급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했다. 2030세대가 재테크를 시작하려면 종잣돈이 필요한데 그걸 만드는 재원은 결국 월급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었을 때 몸값을 높이며 월급을 꾸준히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월급 25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금융권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보다 적은 월급에 실망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현금흐름 측면에서 보면 250만원은 7억원짜리 상가나 꼬마빌딩을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7억원 상업용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4%로 가정하면 월 250만원이기 때문입니다. "

특히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MZ세대는 "재테크를 무조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복리의 마법'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은 복리는 높은 이자율과 시간의 마법으로 완성된다. 1억원의 돈을 1%로 굴리면 두 배가 되는데 72년이 걸리지만 5%로 굴리면 14.4년 걸리는 것이다. 10%로 굴린다면 7.2년 후 두 배가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5%로 치솟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가 계속된지 약 15년 만에 4%대 정기예금, 5%대 채권을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월급을 복리로 굴려 종잣돈을 만들기 좋은 시기"라며 "누구보다도 일찍 종잣돈을 만들고 소액으로 채권, 주식, 펀드 투자 경험을 늘려가며 돈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인 그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언제 어떤 주식을 사야하냐고. 그는 "좋은 물건은 오늘이 제일 싼 법"이라고 답한다. 좋은 물건(투자 대상)을 고르는 안목을 하루라도 빨리 갖추는 것, 2030 세대에게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명이다.

"마흔은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마흔이 되었을 때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자산'을 만들어놓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하게 될 겁니다. "

"회사에서 최소 1년은 버텨보자"...내일도 출근하는 너에게
"소연아, 영업사원에게 계수(숫자)는 인격이다. 면피는 하도록 하자. "

20년전 그가 D증권사 명동 영업점에서 처음 일을 배울 때 일이다. 박 이사는 수습기간이 끝난 뒤 '반토막 월급'을 받았다. 영업점 직원이라면 마땅히 채워야하는 목표치를 절반도 못 채워 성과급을 하나도 받지 못한 것이다. 당시 지점장은 그를 불러 30만원이 들어있는 하얀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봉투를 받아들고 당장 화장실로 달려간 박 이사는 두 시간 가까이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좌절감에 슬프고, 스스로가 창피해서다. 하지만 그 때 그 경험과 교훈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버텼다. 그렇게 10년을 버티니 주식시장의 흐름을 조금은 알 것 같았고, 또 20년이 흐르니 어느새 이슈와 현상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내일도 출근하는 세상의 딸들에게 박 이사는 "회사에서 최소 1년은 버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2% 오른 쥐꼬리 월급...퇴사 꿈꾸는 2030에 건네는 '엄마의 조언'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지만, 그래도 안 넘어가면 한 번 더 찍어야 합니다. 열 한 번 찍고, 열 두 번 찍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다보면 길이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

무엇보다도 나이가 어릴수록 '자기 자신'에 투자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20대라면 자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일단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노력'이라니 너무 꼰대같은 이야기일까. 그도 "지난 22년을 되돌아보면 때론 무너지기도 했고, 때론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한다"며 상사에 지치고, 일에 지친 2030에게 엄마같은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춤을 추다보면 스텝이 꼬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에 나오는 구절처럼 그래도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춤을 춰 보는 겁니다. 앞이 보이지 않고 힘들더라도 춤을 계속 추는 겁니다. 당신은 분명 지쳐있고 지쳐서 겁을 먹고 있지만 그렇게 계속 춤을 추다보면 어느새 스텝이 풀리는 날이 올거라고 믿어요. 그러면 언젠가 춤을 잘 출 수 있게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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