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95억, '만삭 아내 살해 무죄' 남편…보험사 상대 또 승소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05.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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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판결받은 남편이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했다.

23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는 남편 A씨와 딸이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교보생명보험이 A씨에게 2억3000만원, 딸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동승자였던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인 아내 B씨가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아내 앞으로 총 95억원 상당의 여러 보험금 지급 계약을 한 점과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업무로 인해 21시간 이상 숙면하지 못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무죄와 유죄 판결이 오가다 최종적으로 살인과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금고 2년은 유지됐다.

이후 A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B씨 앞으로 가입된 보험만 2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사건에서 각급 법원의 판단이 크게 갈렸던 만큼 이후 제기된 민사소송에서도 판단이 갈리고 있다. 외국인이었던 B씨가 보험계약 당시 약관을 충분히 이해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이번 소송에서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B씨가 보험모집인 등의 설명을 듣고도 자신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체결에 동의한다는 점을 이해 못 한 채 자필로 피보험자란에 서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밖에도 A씨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승소했고,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은 패소했다.

앞서 1심 판단이 내려진 사건 대다수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만 항소하지 않아 A씨의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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