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어 아르헨티나도 "위안화 결제"... 중남미 '탈달러' 가속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3.05.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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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2020.5.28/뉴스1   (서울=뉴스1) 2020.5.28/뉴스1


브라질에 이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잇달아 위안화 결제 확대를 공식화하고 있다. 달러 기축 통화에 도전장을 낸 위안화 의기세가 거세다.

19일 환구시보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TV 연설에서 달러 패권을 이용한 미국의 금융 제재 등을 비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의 통화 패권과 금융 우위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재하는 것은 세계를 진저리치게 만든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세계적인 '탈달러화' 추세에 따라 베네수엘라도 이 흐름에 올라탈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과 직거래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위안화를 직접 결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아르헨티나 최대 가전제품 소매상 중 한 곳이 4월부터 위안화 결제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세관원 루벤 길도니는 "많은 기업이 위안화로 거래를 하길 원하고 있으며 달러 표시 수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한 무역상 말을 인용해 "아르헨티나 기업들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컴퓨터·섬유·휴대전화·오토바이 부품 중 절반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된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도 최근 자국 중앙은행이 중국과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며 위안화 사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남미 국가들의 위안화 거래 확대 포문을 연 나라는 브라질이다. 지난 2월 브라질 중앙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은 브라질에 위안화 청산 협정을 체결하는 내용의 협력 각서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두 나라 사이 무역에서 위안 또는 헤알화 결제를 합의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그렇듯 중남미 국가들은 달러에 의존해왔다. 내수 기반이 열악해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많은 부분을 무역에 의존해오면서 달러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특히 북미와의 무역량이 전체 무역의 38%에 달했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급진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환율에 취약한 중남미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브라질 정부의 공공부문 채무 누계는 7조2200억 헤알(약 1926조3000억원)로 GDP의 73.5%에 달했다. UN 중남미경제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남미의 빈곤율은 32.1%에 달하고 극빈율도 13.1%에 이른다.

우훙잉 후베이대 지역 연구원장은 "중남미 지역 경제는 코로나19가 3년간 지속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 와중에 미국의 금리 인상은 중남미 국가들의 물가 상승과 외화보유액 이탈로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달러 패권을 이용해 세계의 부를 거둬들여 다른 나라의 경제 안정과 국민복지를 해친 것도 중남미 국가들이 '탈달러화'를 가속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대체 수단으로 위안화 결제 확대와 더불어 '공동통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올해 1월 양자 회담을 갖고 '수르'라는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르지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FT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을 초청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계획이 실현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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